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올해 임금협상을 놓고 당분간 강경한 태도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카젬 사장은 노조에 교섭장소 변경을 요구하며 상견례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한국GM노조가 회사측의 교섭 회피를 이유로 추진하던 쟁의권 확보가 실패함에 따라 초반 기싸움에서 주도권을 쥐게 됐다.
▲ 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임한택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 지부장.
24일 중앙노동위원회가 한국GM에 행정지도 결정을 내리면서 노조가 추진하던 쟁의권 확보가 무산됐다.
카젬 사장은 노조가 회사를 압박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를 놓친 만큼 임금협상에서 일단 기선잡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노조는 12일 회사가 6번째 교섭 제안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사장실로 찾아가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카젬 사장이 주장하는 교섭장소 변경의 명분을 강화해 줬다.
카젬 사장은 지난해 4월 노조 집행부가 사장실을 점거한 일이 있었으니 올해 교섭은 ‘탈출로’가 확보될 수 있는 곳에서 진행하자고 요구해 왔다.
이와 함께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에서 지난해 약속을 깨고 단체협약 관련 안건도 논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점도 카젬 사장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는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한국GM이 흑자전환의 기로에 놓여있어 좀 더 허리띠를 바짝 죄어야 하는 만큼 카젬 사장은 올해 임단협에서 노조에 밀릴 수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실제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2019년도 단체교섭 별도요구’라는 명목으로 복지혜택 확대 등을 요구할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는 지난해 4월 회사의 경영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폐지에 합의했던 복리후생 관련 항목을 원래대로 되돌려놓을 것과 ‘고용안정협정서’를 체결할 것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고용안정협정서에는 10년 동안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직원을 정리해고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노조가 쟁의권 확보를 최대한 빨리 재추진할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카젬 사장이 지금처럼 강경한 태도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교섭장소 교체를 이유로 3주 가까이 교섭을 미루는 것을 두고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많기 때문이다.
노조는 26일 제477차 간부합동회의를 여는데 여기에서 쟁의권 확보를 위한 방안을 의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애초 교섭장소를 이유로 조정중지 결정이 내려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며 “쟁의조정 신청은 압박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가 교섭에 불응하는 것을 놓고 사실상 임금협상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며 6월13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19일과 20일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반면 회사는 여전히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해 상견례 일정조차 정해두지 않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임금협상 논의와 관련해 특별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