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국내 주식시장에 주는 타격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코스피 주가지수는 3일 메르스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2063.16로 내려갔다. 코스닥 지수도 696.97로 700선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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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2100선이 무너진 지난 2일 서울 중구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뉴시스> |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메르스가 일시적 외부충격이라는 점 때문에 주가지수가 단기간 떨어지는 선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가 예상보다 널리 확산되고 확산속도도 빨라질 경우 주가 하락폭이 커질 가능성도 우려된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3일 “우리나라가 메르스 위험국에 속한 것 때문에 주식시장에 일시적 충격을 줄 수 있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수요를 줄이는 요인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신종플루가 2009년 6월부터 세계적으로 퍼졌을 때도 글로벌 증시와 코스피 주가지수는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고 연구원은 당시 각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해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발생한 공조효과의 영향이 신종플루보다 강하게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메르스가 신종플루나 에볼라 바이러스처럼 감염이 확산되는 일이 방지된다면 코스피 주가지수 하락폭은 약 2%선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 주가지수가 이미 사상 최고점을 찍었던 때보다 3% 정도 떨어진 상태라는 점에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사스나 신종플루가 퍼졌을 때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이라크 종전이나 카드사태 등 경기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사안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던 점도 근거로 들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이날 “메르스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며 “3차 감염자가 확인된 시점에서 최대 잠복기가 끝나는 향후 2주 동안 감염자 증가세가 약화하거나 추가 사망자가 생기지 않는다면 공포심리도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메르스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관광객이 줄면서 특히 화장품, 면세점, 호텔, 레저 관련 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메르스가 수익구조 자체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아닌 만큼 이 업종 기업들의 주가 하락도 곧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고승희 연구원은 “화장품, 여행, 호텔레저 기업들은 이전에도 전염병으로 일시적 충격을 받아 주가가 떨어졌다가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들에 대한 저가매수 타이밍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메르스 피해주로 꼽히던 아모레퍼시픽과 대한항공은 3일 종가가 각각 38만8700원과 3만8700원으로 지난 2일보다 소폭 올랐다. 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도 3거래일 연속 주가하락에서 벗어나 3일 종가 11만4천 원으로 2일과 같은 주가를 유지했다.
다만 메르스 감염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국내 주식시장이 일시적으로 입을 타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병연 연구원은 “메르스 3차 감염이 확대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한다면 코스피가 6% 이상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퍼졌을 때 진원지였던 홍콩 증시 주가지수가 일시적으로 약 6% 하락했던 일을 예로 들었다.
박정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1~2주 동안 메르스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대화할 것”이라며 “메르스로 시작된 시장의 불확실성을 잠재울 방법은 정책대응밖에 없다”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