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사장은 STX조선해양의 앞선 기술력에다 원가 경쟁력까지 확보한 만큼 중국의 저가수주 공세를 넘어 STX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안정적 건조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자심감을 보이고 있다.
▲ 장윤근 STX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주력선종인 MR탱커(중형 액체화물운반선) 수주시장에서 평균 신조선가(새로 건조하는 선박의 가격)보다 소폭 낮은 가격으로 수주영업을 펼치고 있다.
STX조선해양이 수주한 MR탱커 1척당 건조가는 3600만 달러가량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IMO 티어3 선박 건조가는 3600만 달러, 그보다 한 단계 낮은 IMO 티어2 선박을 건조가 3500만 달러를 제시하며 영업하고 있다.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5월 MR탱커 1척의 평균 신조선가는 3650만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그보다 소폭 낮은 가격이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돌아가며 6개월씩 무급휴직을 신청하는 등 선박 건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며 “이제 STX조선해양은 극단적 저가수주를 피하면서도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장 사장은 원가 경쟁력을 바탕으로 충분한 일감을 확보해 2019년을 STX조선해양 경영 정상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그는 사내 담화문을 통해 “올해부터 매년 20척 이상의 선박을 수주해 2021년에는 안정적 20척 건조체제와 함께 영업이익 달성도 가능한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STX조선해양은 올해 아직 2척의 선박을 수주했을 뿐이다. 그러나 MR탱커 수주업황이 긍정적으로 돌아서고 있어 장 사장은 하반기 대량수주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에 따르면 선주들은 MR탱커 신조선가가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판단해 발주를 서두르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 MR탱커는 1척당 3450만 달러에 계약됐지만 올해 5월에는 이보다 5.8% 높은 가격에 계약이 성사되고 있다.
장 사장은 업황 개선의 수혜를 위해 4일부터 6일까지 노르웨이에서 열렸던 조선박람회 ‘노르시핑(Nor-Shipping)’을 찾아 직접 수주영업을 벌이기도 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그리스나 싱가포르의 선사들이 노르시핑 현장에서 장 사장에게 선박 발주량을 늘려서 계약을 제안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이 선사들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의 ‘선박왕’ 에반겔로스 마리나키스가 이끄는 캐피탈마리타임&트레이딩으로 추정된다.
조선해운 전문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캐피탈마리타임&트레이딩은 애초 STX조선해양과 4척의 MR탱커를 발주하는 계약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최근 발주량을 8척으로 늘려서 다시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중소조선사들이 MR탱커 수주시장에서 저가수주 공세를 펴고 있다는 점은 장 사장의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
중국 양쯔강조선소는 지난해부터 MR탱커 1척당 3250만 달러의 가격으로 수주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조선가가 STX조선해양보다 최대 350만 달러 저렴하다.
그러나 중국 중소조선사는 한국 조선사보다 선박 건조역량이 부족해 장 사장이 중국의 공세를 이겨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중소조선사들은 IMO의 질소산화물 배출기준을 맞추는 것은 고사하고 MR탱커의 근본 기술인 화물창 내벽의 코팅기술도 부족할 뿐 아니라 선박 납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최근 선주들이 현대미포조선이나 STX조선해양 등 한국의 MR탱커 조선사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STX조선해양의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문제도 해결해 일감을 확보할 준비를 마쳤다.
앞서 17일 STX조선해양은 산업은행으로부터 싱가포르 선박회사 퍼시픽캐리어로부터 수주한 MR탱커 2척의 선수금환급보증을 받아 수주를 확정했다.
선수금환급보증은 조선사가 수주한 선박을 발주사에 넘기지 못할 때를 대비해 금융기관이 선박 건조비용을 대신 물어주겠다고 보증을 서는 것으로 이를 발급받지 못하면 수주가 취소된다.
지난해 STX조선해양은 9척의 MR탱커를 모두 3억 달러에 수주했지만 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의 운영자금 부족을 들어 선수금환급보증을 발급해주지 않아 수주가 취소됐다.
장 사장은 자구노력을 진행하며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였다.
지난해 11월 STX조선해양의 10만 톤급 플로팅도크(물에 뜬 채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도크), 12월 사원아파트와 행암공장 등 비영업자산을 모두 팔았다. 올해 3월에는 방산부문까지 매각했다.
이런 노력을 통해 장 사장은 STX조선해양의 유동비율을 2018년 1분기 94.3%에서 올해 1분기 218.91%까지 높였다. 이 기간 부채비율은 605.4%에서 74.7%로 크게 낮췄고 올해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도 모두 상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