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이동통신사들의 ‘진흙탕 싸움'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통3사는 불법 보조금 지급으로 45일 동안 영업정지를 받고 돌아가며 영업을 중단하고 있는데 이를 틈타 불법으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며 서로 신고를 하는 등 난타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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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
11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SK텔레콤은 KT와 SK텔레콤의 영업정지 기간에 LG유플러스가 사전 예약 가입, 보조금 지급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며 미래창조과학부에 신고했다. 마케팅 자료와 녹취록 등이 포함된 자료도 제출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5일 단독영업에 들어간 뒤 8일까지 누적 번호이동 순수 증가(순증)가 3만3677건에 이르렀다. 8일 하루에만 9273건이 늘어나는 등 하루 평균 8500건을 넘겼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의 번호이동 건수는 하루 평균 4천 건”이라며 불법영업을 통해 실적을 늘렸다고 주장했다.
이통사 영업정지 기간에 신규나 번호이동 가입자를 받는 행위가 법적으로 금지된다. 예약가입도 받을 수 없다. 휴대폰을 분실·파손했거나 24개월 이상 사용했을 때에만 기기변경이 가능하다. 이를 어길 경우 전기통신사업법 95조에 따라 책임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5천만 원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신고를 접수한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기획과는 LG유플러스의 불법 행위 조사에 들어갔다.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가입자 증가 추이를 지켜보면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번호이동 건수 증가가) LTE 무제한 요금제와 보조금 지급 중 어느 쪽의 효과인지 좀 더 시간을 두고 관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의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한 관계자는 “시장구조 상 SK텔레콤은 번호이동 대상자가 2500만 명인데 LG유플러스는 4천만 명이 대상자”라며 “당연히 (LG유플러스가) 번호이동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SK텔레콤과 KT는 여전히 LG유플러스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4일까지 단독영업을 했던 SK텔레콤의 번호이동 순증 수와 비교해 실적이 크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단독영업 기간에 알뜰폰을 제외한 번호이동자가 14만4027명이었다. 당시 LG유플러스에서 SK텔레콤으로 옮긴 사람은 6만3592명이었다. 그러나 LG유플러스는 단독영업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번호이동자 3만 명 이상을 확보해 빼앗긴 가입자 중 절반 이상을 되찾았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오는 25일까지 약 17만6천 건의 번호이동을 확보해 SK텔레콤보다 확실히 앞설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불법보조금 때문에 45일 영업정지라는 특단의 조처를 받았는 데도 이통 3사 간 경쟁이 일어나면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하겠느냐”며 “(SK텔레콤은) 정부 조치에 잘 따랐으나 대가가 가입자 이탈이라면 다음에도 정부 말을 들을 수 있겠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KT도 LG유플러스가 사전 예약으로 가입자를 받은 뒤 며칠에 나눠 개통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 KT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번호이동 시장 점유율인 28%를 대입해서 계산하면 (번호이동의) 하루 평균 적정 건수는 4258건”이라며 “3일 만에 2만4336건이 늘어난 것은 정상적인 영업방식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를 향한 SK텔레콤의 공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일에도 LG유플러스가 스마트폰 관련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대규모 예약 가입을 받았다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당국의 감시가 소홀한 밤에 몰래 글을 올리는 식으로 지능적인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은 이통3사 영업정지로 이득을 보고 있는 알뜰폰 사업자 CJ헬로비전도 견제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CJ헬로비전이 최대 84만 원의 불법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요금정책표 등의 증거자료를 제출했다.
방통위는 이를 받아들여 CJ헬로비전 담당 임원에게 경고조치를 취했다. CJ헬로비전의 보조금 정책도 같은날 전면 철회됐다. 업계 관계자들이 이통3사가 아닌 알뜰폰 사업자의 불법 행위까지 제보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SK텔레콤도 불법영업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같은날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영업허용 기간 막판에 최대 72만 원의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 번호이동 건수를 늘렸다고 맞섰다. 한 LG유플러스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영업기간 막판에 전방위 보조금을 살포했다”며 “(그 덕분에) 번호이동이 지난주와 비교해 평균 1천 건 이상 증가해 하루 평균 7100여 건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폐쇄형 온라인 쇼핑몰 웹사이트를 통해 최대 54만원의 불법 보조금을 투입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일반 소비자나 방송통신위원회의 접근이 힘든 기업 폐쇄형 쇼핑몰을 통해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런 판매처는 별도의 인증 키를 통해서만 접근할 수 있어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 장관은 일단 ‘법대로 하겠다’며 불법행위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지난달 6일 최 장관은 하성민 SK텔레콤 사장·황창규 KT회장·이상철 LG유플러스부회장 등 3사 CEO와 만나 “영업정지 기간에도 보조금 경쟁을 하면 CEO의 거취와 기업에 직결되는 엄벌을 내리겠다”고 경고했다. 전기통신사업법 9조에서 해당 법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을 받을 경우 기간통신회사 임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CEO가 형사처벌을 받는다면 자리를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LG유플러스 불법영업 논란이 불거진 지난 10일에도 최 장관은 같은 태도를 보였다. 이날 제주도에서 열린 ‘2014 디지털케이블TV쇼’에 참여한 그는 개막식 뒤 기자들에게 “(LG유플러스의 불법 여부가) 확인되면 CEO를 형사처벌할 수도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