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9-06-13 15: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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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서 앱클론 대표이사가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카티(CAR-T)‘ 세포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표는 기존 카티 치료제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스위처블 카티’ 치료제를 개발해 대도약(퀀텀점프)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이종서 앱클론 대표이사.
1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적으로 카티 치료제의 처방이 늘어나면서 앱클론이 보유한 카티 기술의 가치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카티(CAR-T)는 면역세포인 T세포를 조작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유전자 'CAR'를 발현한 뒤 다시 환자에게 다시 주입함으로써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제다.
현재까지 미국에서 승인받은 카티 치료제는 글로벌제약사 노바티스의 ‘킴리아’와 길리어드의 ‘예스카타’ 두 가지다.
카티 치료제는 기존 치료제로 치유가 불가능했던 급성백혈병 환자의 완치율을 80%까지 끌어올렸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꿈의 항암제’로 불린다. 90%에 이르는 완전관해율(치료율) 덕분에 병원에서 말기 혈액암 환자에게 사용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카티 치료제를 처방한 환자의 90%에서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란 암세포를 죽이는 과정에서 면역세포가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이 대량으로 방출돼 저혈압이나 발열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카티 치료제가 이처럼 월등한 효능과 부작용을 동시에 보이면서 글로벌 제약사마다 부작용을 줄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앱클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카티 치료제의 부작용을 극복하는 스위처블 카티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기업이다.
스위처블 카티란 기존 카티 치료제에 세포의 활성을 조절할 수 있는 ‘스위치 온/오프’ 기능을 부여해 독성과 내성 문제를 극복한 기술이다. 앱클론은 서울대학교와 함께 스위처블 카티 기술을 적용한 신약 후보물질 'AT501'을 난소암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티 치료제의 부작용 문제가 심각해 약효 지속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스위처블 카티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원천기술을 보유한 앱클론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카티 치료제 개발에 앱클론의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앱클론은 12일 경기도 시흥 일대에 국내 최대 규모의 카티(CAR-T) 생산설비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흥의 토지와 건물을 87억 원에 사들였는데 이는 앱클론 자산총액의 30.31%에 이른다.
이번 카티 생산설비 구축은 혈액암 카티 치료제 'AT101’ 등의 임상결과를 자신하는 이 대표의 선제적 투자로 해석된다.
앱클론은 올해 4분기 AT101의 국내 임상1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국내 카티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 가운데 최초로 임상단계에 진입하는 것이다.
앱클론 관계자는 “독자적 카티 신약 후보물질들을 동시에 사업화할 수 있는 GMP(우수의약품 제조품질관리)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라며 “동아시아지역 카티 세포치료제 허브를 구축하기 위해 시설을 확대하고 유관기관과 협력관계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신약 개발 초기단계인 전임상단계에서 기술이전을 추진하며 위험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펼쳐왔다. 하지만 카티 치료제는 성공에 자신이 있는 만큼 임상시험을 어느 정도까지 직접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강하영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앱클론은 신규 GMP 설비 건설로 AT101에 이어 후속 신약 후보물질인 AT501의 상업용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최초 카티 치료제의 임상1상 진입으로 앱클론의 기업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