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전산망 고도화사업을 담당할 통신사업자를 선정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산망 고도화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KT를 선정했는데 KT가 사용하기로 한 화웨이 장비 때문이다.
12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전산망 고도화사업 본계약 체결을 아직 검토하고 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전산망에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기존 계약이 끝나는 9월 이후에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며 “본계약과 관련해 결정된 사항은 없으며 전산망 고도화사업 전반에 걸쳐 심사숙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산망 고도화사업은 1200억 원에 이르는 사업으로 NH농협은행뿐 아니라 단위농협, 축협 등 모든 농협의 네트워크를 대상으로 한다.
NH농협은행은 통상적으로 5년마다 전산망 고도화사업을 하는 데 KT가 지금까지 계속 전산망을 책임져 왔다. 지난해 11월에도 KT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NH농협은행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우선협상대상자인 KT가 장비회사로 중국 화웨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NH농협은행이 KT와 본계약을 체결하고 전산망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게 되면 미국의 화웨이 거래제한 조치를 무시하는 모양새를 띠게 된다.
화웨이 장비 때문에 KT가 아닌 다른 통신사업자를 선정하면 NH농협금융그룹이 혹시 중국에서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지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NH농협은행은 미국에서 뉴욕지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신뢰회복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에서는 NH농협금융그룹 차원에서 중국 최대 협동조합인 공소합작총사 산하기구인 공소그룹과 금융합작을 진행하고 있다.
결국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끝날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이는 데 전산망 고도화 사업자 결정을 미루면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NH농협은행이 굳이 통신 사업자선정을 서둘러 후폭풍을 감당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에서도 기업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고 말했다.
NH농협은행이 전산망 고도화사업을 담당할 통신사업자 선정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는 NH농협은행이 자초한 면도 있다.
지난해 11월 KT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할 당시에도 화웨이 장비와 관련한 보안문제 때문에 NH농협은행 전산망 고도화사업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NH농협은행은 통신사업자를 지정한 것일 뿐 특정 장비회사를 지명한 것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KT와 본계약 체결이 7개월 넘게 미뤄지면서 NH농협은행이 전산망 고도화를 맡을 통신 사업자 선정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우선협상자 선정 입찰에 참여한 통신사업자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가운데 SK브로드밴드만 화웨이 장비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만큼 SK브로드밴드와 손잡을 여지도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NH농협은행이 전산망 고도화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기보다는 기존 전산망을 업그레이드하는 차원에서 사업을 마무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전산망에는 알카텔루슨트의 장비가 사용됐다. 알카텔루슨트는 현재 노키아에 인수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