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6월 중 열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이 총재의 통화정책에 태도 변화가 생겨날 가능성이 떠오른다.
4월부터 6월까지 세계 주요 국가들이 줄줄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이 총재에게도 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4월에 인도, 우크라이나를 시작으로 5월 중에는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아이슬란드, 스리랑카 등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6월 들어서도 호주와 인도가 기준금리를 낮췄다. 인도는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금리 인하고 호주는 연1.5%로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기준금리를 연1.25%로 더 낮춘 것이다.
유럽연합도 기준금리를 인하하지는 않았지만 태도 변화를 보였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6일 유럽중앙은행 정책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부정적 우발상황이 발생하면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수단을 포함해 쓸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돼 있다”며 “필요하다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총재의 통화정책 방향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줄 요인으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태도 변화 여부가 꼽힌다.
미국 금리정책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을 배제하고서라도 파월 의장이 태도 변화를 보인다면 그 자체로 현재 경기상황이 부정적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등 정치권의 금리 인하 압박을 받으면서도 지표를 통한 판단만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이 총재 역시 파월 의장처럼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오로지 경제지표만으로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제상황을 놓고 파월 의장의 인식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4일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주최한 통화정책 콘퍼런스에서 “경기 확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적절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금융기관 사이에서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놓고 금리 인하를 시사한 것인지 이견은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골적 금리인하 요구를 받으면서도 금리 동결을 고수하던 과거 태도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의 위험성을 파월 의장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 중요한 점은 금리 인하 신호라기보다 무역전쟁의 위험성을 잘 인지하고 있다는 확인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6월에는 일단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며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바라본다. 파월 의장은 18~19일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마친 뒤 통화정책 방향을 밝힌다.
통화정책의 방향을 결정할 주요 요인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전개상황인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 결과를 주시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총재도 5월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국내경제는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심화로 전망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다소 태도 변화를 보였다.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국면이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나중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G20에서 시 주석을 만나보고 추가 관세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만큼 일단 두 나라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릴 개연성은 높다”며 “혼돈양상을 보이던 금융시장이 다소 개선의 흐름을 보이고는 있지만 위험자산군과 관련된 본격적 투자는 6월 말 G20 정상회의 이후로 미루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