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이 중국 기업처럼 돼야 한다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으로 쌓은 경험을 베트남에서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 왼쪽에서 세 번째) 등 SK그룹 경영진이 5일 베트남 하노이 총리공관에서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왼쪽에서 네 번째), 팜 녓 브엉 빈그룹 회장(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과 만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협의했다. < SK그룹 >
7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5일부터 7일까지 SK그룹 주력 계열사의 최고경영진을 이끌고 베트남을 찾은 것은 베트남에서 제2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펼치려는 뜻이 바탕에 깔려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SK그룹 수뇌부들이 한 나라에 3일이라는 ‘긴 시간’을 머무는 것은 극히 이례적 일이다. 최 회장이 베트남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번 방문에는 최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장동현 SK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유정준 SK E&S 사장 등 그룹 최고경영자들이 동행했다. 그룹의 컨트롤타워가 옮겨간 셈이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을 통해 그동안 쌓아온 인맥을 그룹 최고경영자들과 공유했다. SK그룹 최고 경영자들은 빈그룹 및 마산그룹 총수와 함께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만나는 기회도 얻었다.
최 회장은 그동안 베트남 지도층을 만난 자리에서 베트남 사회의 성장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뜻을 자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이 베트남에 직접 진출하는 대신 지분투자를 시작으로 베트남 기업과 관계를 맺기 시작한 것도 그런 생각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최 회장은 올해 3월쯤 베트남 시가총액 1위 민영기업인 ‘빈그룹’ 지주회사의 지분(6.1%)을 매입하기 위한 물밑작업을 마쳤고 5월에 매입계약을 완료했다. 지난해 9월에는 베트남 시가총액 2위 민영기업인 ‘마산그룹’ 지주회사 지분 9.5%를 매입했다.
SK그룹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은 이번 방문에서 빈그룹과 마산그룹의 총수들과의 만남을 통해 베트남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을 파악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빈그룹은 스마트시티, 그린시티 등과 같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팜 녓 브엉 빈그룹 회장은 스마트시티, 그린시티를 가능하게 해줄 ICT,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박정호 사장과 김준 사장 등이 빈그룹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베트남 현지 진출을 꾀할 수도 있다.
또 6일 최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을 이끌고 방문한 '베트남 하이퐁 경제특구'는 베트남 정부가 ICT 사업의 클러스터로 육성하고 있는 지역인 만큼 SK그룹이 할 수 있는 사업들이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응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가 SK그룹에 기대하는 것도 ICT 등 첨단기술 분야이기도 하다.
응웬 총리는 지난해 11월 베트남에서 최 회장과 만났을 때 “이렇게 해마다 만나는 해외기업 총수는 최 회장뿐”이라며 “ICT, 에너지, 반도체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독보적 역량을 보유한 SK와의 민관협력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 차원의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두 베트남 대기업의 지분투자를 발판으로 베트남 정부의 ‘국영기업 민영화 프로젝트’에 더욱 활발히 참여할 수도 있다.
베트남 정부는 베트남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자본금 부족 등의 문제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2017년 135개, 2018년 181개의 국영기업 민영화를 목표로 했지만 실적은 각각 13개, 18개에 그쳤다.
최 회장이 지난해 투자한 마산그룹은 2018년 순이익이 전년보다 50%이상 늘어나는 등 큰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만큼 최 회장은 앞으로 베트남 기업에 투자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최근 베트남 정부가 국영 및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 소유 한도를 49%에서 100%로 확대한 것 역시 최 회장에게는 좋은 기회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