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 기자 hyunjulee@businesspost.co.kr2019-06-07 16: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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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가 에이치라인해운에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기존 펀드의 만기가 오기 전 새 투자자를 모집하는 ‘투자자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투자자 교체는 국내 최초로 시도되는 사례인데 한 사장이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투자자 교체는 국내 사모펀드의 투자자금 회수방안으로 새롭게 떠오를 수 있다.
▲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앤컴퍼니는 에이치라인해운의 신규 투자자 모집을 놓고 모건스탠리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금융자문사로 모건스탠리를 선정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해상 화물운송업체다.
한앤컴퍼니는 2014년 6월 한진해운 전용선사업부를 5500억 원에 인수해 에이치라인해운을 설립했다.
한앤컴퍼니는 2016년 현대상선 벌크선산업부를 1200억 원에 추가로 인수해 에이치라인해운의 몸집을 불리기도 했다.
에이치라인해운은 주요 고객으로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을 두고 있다.
한 사장은 에이치라인해운에 투자를 이어갈 목적으로 만기 10~30년에 이르는 장기펀드의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펀드의 만기가 오기 전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 사실상 에이치라인해운의 ‘투자자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에이치라인해운에 투자하는 ‘한앤컴퍼니 1호 블라인드펀드’는 2024년 만기를 앞두고 있다.
한 사장은 앞서 에이치라인해운의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에이치라인해운이 설립된 뒤부터 최근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오랜 기간 보유하기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에이치라인해운의 매출은 2014년 3349억 원에서 2018년 7263억 원으로 2배 넘게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699억 원에서 1877억 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사모펀드가 투자자 교체에 나서는 건 한앤컴퍼니가 처음이다.
국내 사모펀드들은 통상 기업공개, 매각 등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해왔다.
투자자 교체는 투자금을 회수하고 싶어하는 기존 투자자와 신규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를 연결해 거래비용을 아낄 수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이미 자주 활용되고 있는 투자방식이다.
한 사장이 에이치라인해운의 투자자 교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앞으로 투자자 교체가 국내 사모펀드들의 투자자금 회수 방안으로 떠오를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앤컴퍼니가 투자자 교체에 나서는 건 기관투자자들이 장기 투자처를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는 시장의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앤컴퍼니의 투자자 교체를 놓고 업계에서는 국내 사모펀드시장이 성숙해지는 과정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에이치라인해운의 몸값이 높다는 점은 한 사장이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걸림돌이 될 요인으로 꼽힌다.
에이치라인해운의 기업가치는 부채를 포함해 약 4조1천억~4조7천억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 점도 투자자 모집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해운업 특성상 글로벌 경기 변동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해운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해운업체의 투자 매력이 다소 떨어지고 있다"며 "한앤컴퍼니가 에이치라인해운의 투자자를 모집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