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사장은 2018년 취임사에서 비상경영을 선포하면서도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산업간 기술간 경계가 무너지고 융합이 일어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 엔지니어링과 연구개발 역량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의지와 달리 한국전력의 연구개발 투자는 오히려 위축됐다. 그러는 사이 김 사장의 올해 신년사에서는 연구개발과 관련된 내용도 사라졌다.
한국전력은 외부 기초연구과제 지원 규모도 줄였다. 한국전력 전력연구원은 2019년 착수 사외공모 기초연구에서 55개 과제를 선정해 전국 36개 대학에 3년간 76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력연구원은 2017년에 45개 대학의 80개 과제를 선정해 3년 동안 196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기초연구 외부지원 규모가 절반 이하로 감소한 셈이다.
한국전력의 실적 악화를 연구개발비 감소의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 투자가 미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연구개발비를 줄이는 결정은 아쉽다는 말이 나온다.
더욱이 김종갑 사장은 과거 하이닉스 사장 시절에 위기 극복을 위해 오히려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기에 김 사장 취임 이후에 한국전력 연구개발비가 줄어든 점이 더욱 눈에 띈다.
김 사장이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 사장에 오른 2007년은 메모리반도체 과잉공급으로 반도체 가격이 폭락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김 사장은 당시 혹독한 구조조정을 하면서도 연구개발비는 오히려 늘렸다. 연구개발을 통한 미래 경쟁력 확보가 위기의 돌파구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가 취임하기 전인 2006년 5.31%였던 하이닉스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2008년에는 업계 최고 수준인 10.8%까지 높아졌다. 2009년에는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고 연구인력만 100명을 뽑기도 했다.
하이닉스는 당시 축적한 기술을 통해 이후 삼성전자와 함께 유례없는 반도체 호황을 누릴 수 있었다. 2018년 영업이익 20조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런 하이닉스의 기조를 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