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국 AMD의 그래픽반도체 설계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며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최대 약점이었던 그래픽 성능을 보완할 길이 열렸다.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이 삼성전자의 숙원사업이던 자체 그래픽반도체 개발을 눈앞에 두게 됐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4일 “삼성전자와 AMD가 ‘깜짝협력’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 엑시노스 프로세서에 AMD의 그래픽기술 적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AMD의 그래픽반도체 설계기술을 구매해 사용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AMD는 서버와 PC용 CPU, 그래픽카드와 게임기기용 그래픽반도체(GPU)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인데 기술력 발전속도가 인텔 등 경쟁사보다 훨씬 빨라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포브스는 삼성전자가 엑시노스의 그래픽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AMD에 투자를 결정하면서 다른 스마트폰업체와 확실하게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요소를 확보했다고 바라봤다.
AMD와 삼성전자의 협력은 강인엽 사장이 삼성전자 엑시노스 모바일 프로세서에 PC 수준의 그래픽 성능을 구현하겠다는 공격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내린 결단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엑시노스 프로세서에 영국 ARM의 모바일반도체 설계를 기반으로 한 그래픽반도체를 탑재했는데 퀄컴과 애플 등 경쟁사보다 성능이 크게 떨어져 약점으로 지적됐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분야 후발주자인 만큼 설계역량이 상대적으로 뒤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AMD의 그래픽 설계기술은 모바일기기가 아닌 PC에 주로 쓰이던 기술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모바일 기반으로 설계된 그래픽반도체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
AMD의 기술이 적용된 삼성전자의 자체 그래픽반도체가 정식으로 상용화돼 삼성전자 스마트폰 프로세서에 탑재된다면 경쟁사와 비교해 강력한 성능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 사장이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의 숙원 사업이던 자체 그래픽반도체 ‘S-GPU’ 개발 목표가 마침내 결실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는 자체 그래픽반도체 개발을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하며 꾸준히 설계역량을 키워왔다.
강 사장이 시스템LSI사업부장에 오른 2017년부터는 엔비디아 출신의 연구임원이 삼성전자에 합류해 그래픽반도체 개발팀을 이끄는 등 더 활발한 연구개발 투자가 이뤄졌다.
삼성전자가 AMD의 설계 기술력까지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개발목표 달성을 앞당길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검증된 외부 반도체 설계자산을 활용하면 시스템반도체 제품의 개발시간을 단축하고 비용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문매체 에이낸드테크는 “삼성전자의 자체 그래픽반도체 개발은 7년 동안 진행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AMD와 협력은 정식 출시가 임박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강 사장이 엑시노스 프로세서에 자체 그래픽반도체를 적용해 스마트폰 등 기기에서 그래픽 구현 성능을 크게 개선한다면 삼성전자뿐 아니라 외부 고객사로 공급을 확대할 수도 있다.
▲ 삼성전자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그래픽반도체. |
퀄컴과 미디어텍 등 모바일 프로세서 전문기업은 현재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래픽 성능을 단기간에 크게 개선할 만한 뚜렷한 계기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레노버 등 중국 스마트폰업체를 엑시노스 프로세서의 새 고객사로 맞이하며 시스템반도체의 외부 공급 확대에 시동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 133조 원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며 공격적 성장목표를 밝힌 만큼 강 사장이 개발을 주도한 자체 그래픽반도체는 사업 확대에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
모바일 프로세서의 활용 분야가 스마트폰을 넘어 사물인터넷 기기와 자동차, 가상현실기기와 드론 등으로 확대되며 그래픽 처리 성능도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 사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AMD와 협력으로 차세대 모바일시장에 혁신을 낳을 획기적 그래픽 제품과 솔루션의 기술 발전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