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이 기업 투명성 제고와 주주가치 증대 요구에 직면했다.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해 외주회사를 흡수합병해 원가를 절감하고 배당 등 주주 환원을 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어 이 회장의 어떤 답을 내놓을지 시선이 몰린다.
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등은 SM엔터테인먼트를 향해 일감 몰아주기 등과 관련한 소명과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준비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가 이 회장이 지분을 100% 소유한 자회사 ‘라이크기획’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는 라이크기획에 음악자문 등의 명목으로 145억 원을 지급했다.
2017년에는 108억 원을 라이크기획으로 넘겼다. 2017년 SM엔터테인먼트 전체 영업이익은 109억 원인데 거의 전부를 라이크기획에 지급했다.
지난 10년 동안 SM엔터테인먼트에서 라이크기획에 지급된 돈은 모두 816억 원에 이르고 있어 이 회장이 사익편취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이 아니라서 사익편취 규제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KB자산운용은 이에따라 SM엔터테인먼트의 3대주주로써 SM엔터테인먼트의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인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행동주의펀드인 KB자산운용은 그동안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 왔다. 이런 전략의 일환으로 기업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공개 주주서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B자산운용이 주주활동을 본격화하면 SM엔터테인먼트에 라이크기획을 청산하거나 합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칠 공산이 크다. 근본적으로 지배구조까지 변화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SM엔터테인먼트에 오랫동안 제기돼 온 이슈인 외주법인을 내재화해 원가를 절감하는 것, 주주 배당 요구 등 주주 환원 등이 무게감 있게 공론화되고 있다”며 “현실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KB자산운용을 포함한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20%정도가 돼 주주제안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수만 회장이 SM엔터테인먼트의 지분 19.04%를 보유해 최대주주이며 국민연금공단이 8.18%, KB자산운용이 6.60%,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5.0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기관 투자자들이 5월30일부터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순매수하면서 지분율을 더욱 높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기관은 30일~31일 SM엔터테인먼트 주식 277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연기금이 78억 원어치, 자산운용사는 167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박 연구원은 “올해 초부터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지분보유 신고가 잇따르고 있는데 이들 모두를 합하면 20%에 이르고 있어 충분히 지분을 확보한 것”이라며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주주가치 증대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기관투자자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SM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공식입장을 내고 "주주가치 증대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을 수립하겠다"고 밝혀 배당에 나설 계획이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SM엔터테인먼트는 라이크기획과 관련해서는 "라이크계약과의 계약은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지 않으며 법률적 문제점이 없다”고 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000년 코스닥 상장 이후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거래 내용을 투명하게 공시 및 감사했다”며 “외부 전문기관들의 자문을 거쳐 글로벌 동종업계의 사례를 분석해 적정한 기준으로 체결한 계약”이라고 해명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의 주장대로 라이크기획이 경쟁력 있는 회사라면 흡수합병한 뒤 비용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되는 일이라고 말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SM엔터테인먼트를 직권으로 조사해 공정경쟁법 위반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공정위는 현재까지 직권조사할 뜻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