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삼성전자가 최근 시스템반도체에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큰 발표를 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투자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수십조 원대의 인수합병까지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근거가 무엇일까요?
김용원(이하 김):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맞으면서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삼성 넥스트와 같은 인수합병을 위한 전문조직도 출범했고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에서 가장 큰 업적으로 인정받는 일이 2017년에 약 9조 원을 들여서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곽: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합병은 대한민국에서 하나의 큰 사건이었는데요. 그러면 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의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업이 있나요?
김: 반도체 위탁생산 세계 2위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가 매각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가 인수후보로 계속 거론이 되고 있고요.
자동차 반도체기업 NXP, 서버용 반도체기업 자일링스, 이외에 인피니언, ST마이크로 등 이름은 생소하지만 규모는 상당한 시스템반도체기업이 삼성전자의 인수대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곽: 제일 궁금한 게 말이죠.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를 왜 지금 발표했는지 그 시점이 중요합니다. 왜 지금일까요?
김: 지금이 삼성전자에 그 어느 때보다도 이재용 부회장의 등장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그걸 위해 133조라는 투자로 이재용 부회장의 데뷔 무대를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곽: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2014년부터 삼성 경영을 책임졌지만 삼성그룹 총수에 오른 것은 불과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한 게 처음으로 중장기 비전을 제시한 데뷔 무데라고 볼 수도 있겠네요. 이재용 부회장이 2017년부터 박근혜 게이트 관련한 재판을 받으면서 여러 일로 전면에 나서기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김: 중간에는 구속으로 1년 정도 경영 공백도 있었고요.
곽: 사실 이재용 부회장 재판은 아직도 진행중인데, 지금 전면에 나서야 할 만큼 삼성전자가 다급한가요?
김: 메모리반도체시장 상황이 작년 말부터 급격하게 나빠지면서 삼성전자 실적은 물론 한국 경제 전반과 수출 실적에 타격을 입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는 시기를 더 늦추기 어렵다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이재용 부회장 본인에도 ‘삼성그룹 총수로서 충분한 능력을 보여주었는가’, 이런 질문에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결국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투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증명할 시험대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곽: 그렇군요.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133조 투자 발표가 나온 뒤 문재인 대통령이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삼성전자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도 전달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김: 박근혜 게이트 재판이나 문재인 정부 초반의 재벌개혁 분위기로 불안했을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이번 시스템반도체 투자 발표가 정부와의 신뢰를 확인한 중요한 계기이자 “제가 한국 경제를 이끄는 삼성의 리더입니다” 라고 전 국민에 각인시킬 수 있었던 성공적인 무대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곽: 이재용 부회장이 133조 투자, 그리고 삼성전자의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는 점에서 뭔가 더 큰 의미가 담겨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 맞습니다. 시스템반도체는 삼성그룹 그리고 삼성전자에 ‘이재용 시대’를 열겠다는 이재용 부회장이 내놓은 하나의 핵심적 키워드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사실 삼성전자의 현재 주력 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TV와 가전은 사실 이건희 회장이 주도했고 성장을 이뤄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재용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의 10년 또는 그 이상을 이끌어갈 성장동력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해답을 제시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곽: 그것이 바로 시스템반도체군요. 바이오, 전장부품, 5G 통신장비. 이런 것들이 이재용 시대를 이끌어갈 새 성장동력이라 얘기할 수 있는데 시스템반도체의 시장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까 안팎으로,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 맞습니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가 꼭 성공해서 삼성전자뿐 아니라 한국경제 성장을 다시 이끌어갈 수 있는 동력으로 자리잡는 게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염원일 것입니다. 그만큼 이재용 부회장이 책임감을 느끼고 꼭 성과를 내주었으면 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