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그룹 회장이 아닌 사람 최태원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 “회장이 아닌 자연인으로 대답해보라고 하니 고민이 된다”고 잠시 망설인 뒤 이야기를 풀어갔다.
먼저 SK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뒤 살아남기 위해 지독한 기업인으로 살았던 과거를 회상했다.
최 회장은 “21년 전 부친인 선대 회장께서 갑자기 돌아가신 뒤 회장으로 곧바로 취임했고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아시아 금융위기 등 참 어려운 시기를 지냈다”며 “나는 내 인생의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전쟁을 하며 보냈고 살아남아야만 하는 과정에서 지독한 기업인이 됐다”고 말했다.
당시 ‘공감능력 제로’였는데 정반대의 사람을 만나 가치관이 바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만 고민하던 나는 가슴 속이 텅 비어버렸었다”며 “그러다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그 사람은 돈이나 이런 것엔 전혀 관심도 없고 오직 사람만을 향하는 사람이었다”며 “그 사람을 가만히 관찰해 보니 내가 잘못 살아온 것을 알았고 공감능력이 없는 나지만 어떻게든 배워서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전 행사에서 장애인 고용문제와 관련해 쓴소리를 들은 얘기도 꺼냈다.
그는 “아침에 제가 장애인 고용을 덜 했다고 야단도 맞았다”며 “옛날 같으면 화를 냈겠지만 '아 저분은 우리를 이렇게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이젠 저도 조금은 공감능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회장이 언급한 ‘나와 아주 반대였던 사람’은 최 회장의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티앤씨재단은 장학, 교육, 복지, 학술연구 지원 사업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공익재단이며 2017년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티앤씨라는 이름은 최 회장과 김 이사장(Chloe)의 영어 이름 이니셜 ‘T’와 ‘C’를 따서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재단에 20억 원을 출연했다.
최 회장은 김 이사장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한 일간지에 서신를 보내 이런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최 회장은 현재 아내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