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정부가 지원책을 시행할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하는 것 아닌가 우려한다”며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의 건강성을 유지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20일 게임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업계 ‘맏형’으로서 게임산업 전체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김 대표에 그렇게 고운 것만은 아니다.
김 대표가 규제 완화를 요구하며 내세우는 '한국 게임회사들의 경쟁력 제고'라는 주장에 진실성이 오롯이 담겨있다고 보기에는 부족한 대목이 많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게임회사들이 매출을 올리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자리잡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문화체육관광부가 6월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월 50만 원)을 폐지하거나 완화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엔씨소프트는 그에 맞추어 매출을 늘릴 준비를 다 마쳐놨다.
‘리니지’의 ‘리마스터’ 업데이트를 통해 자동조작과 원격조작 기능을 탑재했으며 과금체계도 정액제에서 부분유료화 방식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연간 매출 1조 원을 내는 ‘리니지M’과 성격이 매우 비슷해졌다. 리니지M은 엔씨소프트의 모바일 대규모 다중접속 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국민들은 지금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사행성 짙은 ‘리니지M’을 규제해달라“고 꾸준히 글을 올리고 있다.
김 대표가 말한 대로 한국 게임회사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흔히 ‘3N’으로 불리는 국내 3대 게임업체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는 하나같이 ‘돈슨’ ‘돈마블’ ‘돈씨소프트’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과금을 과도하게 유도하기 때문이다.
에픽게임즈와 라이엇게임즈 등 세계적 게임회사들은 게임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과금을 유도하지 않고 매출을 내고 있다. 이 업체들은 게임 내 캐릭터의 능력치와 무관한 의상 등을 판매해 수익을 낸다.
에픽게임즈는 2018년 ‘포트나이트’로 매출 24억 달러를 냈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LoL)’로 14억 달러를 거둬들였다.
엔씨소프트는 20년 넘게 리니지를 운영해온 한국을 비롯해 대만과 일본에 의존도가 높은 반면 포트나이트와 리그오브레전드 등은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김 대표의 발언 자체가 아쉬웠다는 의견도 나온다. 게임업계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낸 것이 오히려 규제 완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이 9일 엔씨소프트를 방문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와 면담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위정현 중앙대학교 교수 겸 한국게임학회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엔씨소프트, 지금은 공격할 때가 아니라 숨죽이고 상황을 예의주시할 때”라며 “규제를 풀어달라는 엔씨소프트의 행보가 게임산업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적었다.
최근 정부와 국회가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힘을 쏟는 상황에서 사행성 논란에 꾸준히 휘말려온 엔씨소프트가 주목받으면 주무부처 등에서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로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 대표가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말한 시기도 적절하지 않았다는 말이 나온다.
엔씨소프트가 꾸준히 문제로 지적받아온 게임의 사행성을 완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더라면 김 대표의 말에 힘이 더 실리지 않았을까?
김 대표는 지난해 말 국정감사에서 리니지M의 사행성 유무를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하지 못했다.
김 대표가 광고에 직접 출연해 게임물품을 획득하는 데 실패한 이용자에게 쿠폰을 건네는 장면은 도박판에서 개평을 주는 모습에 비유되기도 됐다.
의원들은 리니지M 일부 아이템의 등장 확률이 복권, 로또에 당첨될 확률보다 낮다고 꼬집었다.
그로부터 반년이 지났지만 리니지M에서 일부 게임물품은 획득 가능성이 0.00006% 밖에 되지 않는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