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원유 시추시장에서 해양유전 개발계획들이 활성화되면서 드릴십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는 원유 시추회사들의 드릴십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 남준우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20일 삼성중공업에 따르면 5월 기준으로 재고 드릴십을 매각하면 10억 달러(1조2천억 원가량) 수준의 대금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3척의 드릴십을 재고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미국 퍼시픽드릴링(PDC)와 건조계약을 맺은 1척, 노르웨이 씨드릴(Seadrill)과 계약한 2척이다.
3척의 드릴십 모두 원래 계약자와 계약이 파기돼 삼성중공업이 다른 매각처를 물색하고 있는 단계다.
드릴십 3척의 계약가격은 1척당 5억2천만 달러인데 삼성중공업은 퍼시픽드릴링으로부터 1억8천만 달러, 씨드릴로부터 1척당 1억6천만 달러의 선수금을 이미 받았다.
따라서 삼성중공업이 재고 드릴십을 모두 매각한다면 원래 계약가격에서 선수금을 뺀 10억6천만 달러 안팎에서 거래가 성사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삼성중공업은 아직 재고자산으로 분류되지 않는 드릴십을 2척 더 떠안고 있는 만큼 재고 드릴십 3척의 매각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2013년과 2014년 그리스 오션리그로부터 각각 1척씩 드릴십을 수주했다. 1척당 가격이 각각 7억2천만 달러, 7억1천만 달러로 인도기일은 각각 올해 9월과 2020년 9월이다.
이 드릴십들은 이미 인도시점이 2차례 연기되며 계약금액도 5억5천만 달러에서 7억 달러 이상으로 높아졌다.
오션리그에서 수주한 드릴십 2척의 인도 가능성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재고 드릴십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계속 안고 가는 것은 삼성중공업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은 원유 시추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에 드릴십 매각 성사의 기대를 걸고 있다.
자원개발시장 조사기관 리그로직스(Riglogix)에 따르면 2019년 4월 글로벌 드릴십 가동률은 65%로 나타났다. 3월보다 가동률이 2%포인트 올랐으며 2018년 평균보다는 11%포인트가량 높아졌다.
대우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과 마찬가지로 재고 드릴십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안고 있었는데 5월에만 2척의 재고 드릴십을 매각하는데 성공해 9천억 원에 이르는 매각대금을 확보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이 드릴십 리스크를 해소한 것은 최근 원유 시추시장이 호전되고 있다는 좋은 신호”라며 “재고 드릴십 3척의 매각과 관련해 곧 좋은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며 마찬가지로 오션리그와 계약한 2척의 드릴십도 인도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대규모 배상금을 물게 될지도 모르는 재판을 진행하고 있어 현금 확보를 위해 드릴십 매각을 서둘러야 할 필요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3일 영국 중재법원은 삼성중공업이 미국 선박회사 엔스코글로벌에 1억8천만 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엔스코글로벌은 브라질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와 용선계약이 파기되자 선박을 건조한 삼성중공업에 소송을 냈다. 삼성중공업이 선박 건조계약 중개인에게 지급한 수수료가 부당하게 쓰여 계약가격과 용선료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건과 관련해 페트로브라스도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지난 3월 미국 텍사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여기서도 패소한다면 배상금은 최대 4억3천만 달러(5135억 원가량)까지 늘어난다.
삼성중공업이 영국 중재법원에 항소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배상금 지급이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이 3월 말 기준으로 1조2388억 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유 현금성 자산의 40%를 넘는 배상금은 규모 자체로 부담이 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중공업의 대비책을 재고 드릴십 매각에서 찾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은 계약이 취소된 드릴십을 매각하는 것으로 1조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며 “소송에서 최악의 결과가 나와도 재무 및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