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우택 한국투자캐피탈 대표이사가 해마다 순이익 최고치를 새로 쓰며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효자로 떠오르고 있다.
오 대표는 부동산금융에 쏠린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면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한국투자증권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투자금융지주에 따르면 중추회사인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 가운데 한국투자캐피탈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알짜 계열사로 발돋움하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5월 기준으로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해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카카오뱅크 등의 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투자캐피탈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2015년 53억 원에서 2018년 549억 원으로 최근 3년 동안 10배 이상 늘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6%에서 2018년 10.6%까지 증가해 부쩍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캐피탈이 단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부동산금융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오 대표는 이미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금융에 뛰어들기보다 위험이 크더라도 수익이 많이 나는 부동산금융에 역량을 집중해 한국투자캐피탈을 키워왔다.
2018년 말 기준 한국투자캐피탈이 보유한 채권총액 2조5천억 원 가운데 기업대출채권은 80.8%로 개인대출보다 압도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대출채권 가운데 일반부동산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가량이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준표 나이스평가 연구원은 "한국투자캐피탈은 다른 캐피탈사들과 비교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우수한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고 파악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한국투자캐피탈의 수익성과 건전성의 저하가 우려되자 오 대표는 올해부터 수익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투자캐피탈의 2018년 말 기준 우발채무는 4394억 원으로 자기자본(3104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우발채무는 향후 우발적 사태가 발생하면 채무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것을 말한다. 우발채무의 비중이 높을수록 기업의 건전성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캐피탈사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해준 뒤 사업의 건정성을 평가해 대출금액의 일정 부분을 회계장부에 우발채무로 잡아둔다.
오 대표는 구조화금융, 신기술금융의 비중을 늘리고 기존에 적은 비중을 보인 개인대출도 적극적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한국투자캐피탈이 2014년 설립된 뒤부터 외형을 키우는 데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다방면에서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캐피탈 관계자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얼마 전 투자금융(IB) 경험이 많은 임원 1명을 충원하고 다양한 사업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그동안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성장해 왔던 것과 달리 앞으로는 자체 신용을 기반으로 한 자금 조달을 늘려나가 독자적 사업의 비중도 키우기로 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한국투자캐피탈의 선순위채권 장기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새로 매겼다.
수익구조 다각화를 계기로 한국투자캐피탈이 안정적 성장국면에 진입하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한국투자증권 의존도를 낮추는 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국투자캐피탈 관계자는 "초창기 한국투자증권과 협업해 얻는 수익의 비중이 컸지만 2~3년 전부터는 독자적 사업 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독자사업 비중을 더욱 늘리면서 성장세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