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지망월(見指忘月). 달을 보라고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본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달(Moon)을 가리키는 손가락이 매번 화제가 되고 있다. 달을 향한 관심이 높은데다 예전과 달리 손가락도 제 의지를 지니게 된 만큼 어쩔 수 없이 반복되는 현상이다.
10일 여론은 9일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KBS 기자를 향한 관심으로 뜨겁다.
문 대통령의 말을 자르고 인상을 여러번 찌푸린 점과 “독재자라는 말을 들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고 묻는 등 태도와 질문이 적절치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반면 속을 시원하게 했다는 긍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렇게 다른 평가가 부딪히면서 송 기자의 개인신상까지 파고 들 정도로 관심은 더욱 커졌다. 하루 사이 송 기자가 연예인이라도 된 듯 대중의 시선이 집중된 셈이다.
이런 반응은 사실상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다. 문 대통령이 기자들과 공개질의를 할 때마다 기자들 가운데 주목받는 반짝스타가 탄생했기 때문이다.
2017년 8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는 “대통령님 떨리지 않으십니까? 저는 이런 기회가 많지 않아 지금도 떨린다”는 말을 한 김성휘 머니투데이 기자가 화제가 됐다.
2018년 1월 신년기자회견 때는 문 대통령에게 악플을 호소한 박정엽 조선비즈 기자가 주목을 받았고 올해 신년기자회견 때도 “경제 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의 근거는 무엇이냐”고 물은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를 향한 관심이 뜨거웠다.
질문자를 향한 관심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는 단순 해프닝으로 회자되고 지나가는 수준이었지만 박정엽 기자는 주요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까지 올랐다. 급기야 김예령 기자를 놓고는 언론과 정치권에서 갑론을박까지 벌어졌다.
단순히 한 번의 질문만 했음에도 이렇게 주목을 받는데 거의 한 시간 반가량 대담을 진행한 송현정 기자를 향한 관심이 없을 수 없는 게 당연하다. 이전보다 반응은 더욱 뜨거워져 KBS 시청자청원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관련 청원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의 1차적 원인은 결국 달라진 대통령과 언론의 관계에서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이전 정권들에서 그랬듯 각본에 따라 질문하고 받아쓰기만 하는 기자에게는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관심을 쏟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대통령 기자회견은 각본 없이 자유롭게 진행하는 일이 많다. 기자의 생각과 견해, 성향이 날 것으로 드러난다.
당연히 기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과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존재한다. 사회적으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일수록 기자의 태도는 더욱 선명하게 부각되고 주목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과거와 달라진 기자의 질문모습이 더해지니 질문 주체를 향한 관심이 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한 기자를 향한 관심은 문 대통령이 그만큼 많은 팬과 안티팬을 거느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취임 2년 지지율은 47%로 김대중 전 대통령(49%)에 이은 2위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KBS 1TV의 ‘대통령에게 묻는다’ 전국 시청률은 9.5%로 이날 방송 프로그램 중 다섯 번째로 높았다. 대담을 중계한 MBN, 연합뉴스TV, YTN 등의 시청률을 합하면 13.1% 수준으로 KBS2 수목드라마 닥터프리즈너 다음으로 높았다.
앞으로도 문 대통령에게 질문하는 기자는 여론의 각광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아마 기자의 길을 걷는 이상, 그런 게 두려워 질문을 하지 못하는 기자는 없을 것이다.
항상 다른 의견과 다른 시각은 존재할 수 있다. 기자는 그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질문자를 향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기자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적어도 질문을 하는 순간 기자는 여론이 바라보는 ‘기자의 수준’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