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가동해 국회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에 반대하는 점을 놓고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9일 서울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KBS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 인터뷰에서 송현정 KBS 정치 전문기자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청와대> |
문 대통령은 9일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두고 KBS 특집대담 ‘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는다’에 출연해 “민생 법안이 많이 있고 추가경정예산(추경) 문제도 논의해야 하는 만큼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를 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가 만들어졌을 때 분기마다 한 차례는 만나자고 약속했지만 (모임이 열렸어야 할) 3월에 열리지 않았다”며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국민에게 함께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는 문 대통령과 여야 5당의 원내대표들로 구성된 정책협의체다. 2018년 11월 첫 회의에서 민생입법 협력과 선거제 개편 등에 합의했지만 여야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놓고 대립하면서 계속 열리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선거법 개정과 검찰 개편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 문제로 여야 정치권이 대치하는 상황은 국민에게 참으로 답답한 국면”이라며 “한쪽이 노력하더라도 다른 쪽도 손바닥을 마주쳐야 손뼉 소리가 난다”고 말했다.
야당 일각에서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해 ‘독재자’라는 비난이 나오는 점을 질문받자 문 대통령은 “다수당의 독주와 야당의 물리적 저지를 막은 해법이 패스트트랙”이라며 “촛불 민심으로 태어난 정부를 ‘좌파 독재’로 규정하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최근 사회 원로들과 만난 자리에서 ‘선 적폐청산, 후 협치’ 의지를 보였다는 언론 보도도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적폐 수사의 재판은 이전 정부가 시작했고 지금 정부는 기획이나 관여하지 않는 상황인 데다 수사를 통제할 수도 없다”며 “국정농단이나 사법농단이 사실이라면 헌법을 파괴하는 일인 만큼 타협하기 어렵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점을 질문받자 문 대통령은 “패스트트랙은 법안 의결이 아닌 상정 단계로 여론 수렴 절차를 앞으로 밟을 것”이라며 “검찰도 법률 전문집단이자 수사기구인 만큼 의견을 내놓을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그는 “공수처 설치와 검찰-경찰 수사권의 조정은 검찰이 사정기구로서 본연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 논의되고 있다”며 “검찰이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놓쳐왔던 만큼 겸허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개편 법안의 입법 과정까지 책임지고 이끌길 바란다는 뜻을 내보였다. 조 수석은 2020년 총선 출마설에 휩싸여 있다.
문 대통령은 “조 수석에게 정치를 권유할 생각이 없고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정부가 할 수 있는 권력기관 개편은 다했다 보는 만큼 법제화까지 성공적으로 마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수석을 비롯한 청와대 인사 실무자들의 ‘검증 실패’ 논란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뿐 아니라 언론의 보도와 인사청문회까지 합쳐 전체 검증절차로 판단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가 검증에서 밝히지 못했거나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 해도 그 자체로서 검증의 실패로 보기 어렵다”며 “현재 인사청문회는 흠결만 놓고 정쟁을 벌이는 구조인 만큼 좋은 인사의 발탁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방식을 본따 인사청문회를 2단계로 나누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당, 그리고 야당이 공직자 후보의 도덕성을 함께 비공개로 1차 검증한 뒤 인사청문회에서 정책 역량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문 대통령은 나루히토 일왕의 즉위를 계기로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다만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경색된 점을 놓고는 “일본 정치 지도자들이 과거사 문제를 국내 문제로 다루면서 미래지향적 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바라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의 사면 여부에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사면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