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조원태 회장이 아버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영결식 이후 약 일주일만에 한진그룹 회장 자리에 오르면서 조원태 회장의 승계와 관련된 조원태 회장 일가 내부의 합의가 완전이 이뤄진 것이란 말이 나왔다.
하지만 한진그룹이 결국 동일인 변경 신청서를 기한 내에 제출하지 못하면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싸고 내부에서 잡음이 상당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늘고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조원태 회장의 자매들은 현재 한진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있다.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 한진그룹 경영권에 참여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원태 회장이 한진그룹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조원태 회장에게 몰아주는 과정에서 유무형의 보상과 관련한 갈등이 생겼을 수 있다.
2018년 사업보고서 기준 조원태 회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 조현민 전 전무는 한진그룹 지주회사 한진칼 지분을 각각 2.34%, 2.31%, 2.3% 들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가 한진칼 지분 14.84%를 들고 있다는 것을 살피면 조원태 회장은 조양호 전 회장의 지분 17.84%를 온전히 상속해야 안정적 경영을 할 수 있다.
조원태 회장에게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내세워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 전무가 조양호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 상속을 포기하는 대가로 경영권과 관계없는 기타 자산이나 추후 계열분리 등 이면합의를 요구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가족 내부의 일인 만큼 구체적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총수 지정을 둘러싼 잡음이 흘러나온 것 자체만으로도 조원태 회장은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가정을 관리하는 일이 경영의 출발점처럼 인식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가족 내부 분란이 수면 위로 드러날 정도로 ‘제가’에 실패했다는 인식은 조원태 회장이 그룹의 지배력을 다져가야 하는 시점에서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
2014년 ‘땅콩 회항’부터 시작된 오너 일가의 갑횡포(갑질) 사건과 오너일가의 횡령·배임·탈세 등 수사로 한진그룹의 내부 결속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조원태 회장이 그룹 임직원들을 통제하기가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더욱이 조원태 회장은 사모펀드의 경영권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결속을 다져야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을 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진그룹의 한 관계자는 “조원태 회장이 그룹 회장에 취임한 시점에서 가족 내부 정리도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사태가 왜 발생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이번 사태가 조원태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