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현지형 차량을 통해 중국사업의 반등을 꾀하고 있지만 앞길이 여전히 험난해 보인다.
중국 현지 자동차기업들이 급성자한 기술력을 앞세워 현대차와 대등한 수준까지 자동차 품질을 끌어올리면서 현대차가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 윤몽현 베이징현대 총경리 진병진 둥펑위에다기아 총경리. |
5일 현대차의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기존 라인업을 신차로 대거 교체하며 판매량 반등을 추진한다.
베이징현대는 4월부터 중국형 신형 싼타페인 4세대 ‘셩다’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셩다의 판매가격은 20만2800위안부터 27만2800위안(약 3504만~4713만 원)에 책정됐다.
셩다는 현대차 최초로 지문인증으로 차량의 시동을 걸 수 있는 시스템이 장착됐다. 디자인도 국내와 미국 등에 출시된 싼타페와 달리 미래지향적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변경됐는데 현대차가 그만큼 중국 공략에 전력을 투구하고 있다는 의지로 읽힌다.
베이징현대는 하반기에 중국 전략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ix25의 신형 모델과 중국형 신형 쏘나타도 출시하기로 했다.
중국 정부가 친환경차 보급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시행하는데 발맞춰 친환경차 라인업도 보강한다.
현대차는 중국형 코나인 엔씨노의 전기차와 중국형 아반떼인 링동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도 이르면 하반기부터 판매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차는 중국에서 현재 20종의 차량을 팔고 있다. 최소 4종의 차량이 교체되거나 새로 투입되면서 중국 현지 라인업이 기존보다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현대는 셩다를 출시하며 “앞으로 SUV시장의 경쟁구도를 뒤바꿀 수도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차의 앞길이 순탄해 보이지는 않는다.
현대차가 그동안 경쟁기업으로 인식하지 않았던 중국 현지 자동차기업이 눈에 띄게 발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모터쇼에서 중국 현지기업들의 진일보한 자동차들이 대거 공개됐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현지에서도 선두를 달리는 창안자동차다.
창안자동차는 상하이모터쇼에 준중형 SUV인 CS35플러스를 내놨다. 이 자동차는 크기로 비교하면 현대차의 코나보다는 크지만 투싼보다는 작은 SUV에 속한다.
창안자동차는 CS35플러스에 차선이탈 방지보조와 차로유지 보조 등 첨단 운전자보조 시스템(ADAS)을 대거 적용했다. 운전석과 사이드미러 위치 등을 기억해주는 운전자 메모리시스템도 탑재됐다.
계기판에는 7인치 LCD 모니터가 적용됐으며 공조장치 등을 터치식으로 만들어 한층 하이테크한 느낌이 강조됐다.
과거에 다소 투박하다거나 꼼꼼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내외관 디자인의 마감도 국내 완성차기업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이 정교해졌다.
창안자동차는 CS35플러스를 현재 중국에서 6만9900위안~10만4900위안에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1200만~1811만 원에 판매가격을 책정한 것이다.
현대차의 중국 동급 차량이라고 볼 수 있는 ix35가 최저 가격 11만9900위안(약 2070만 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창안자동차의 CS35플러스가 매우 높은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창안자동차는 이밖에도 모터쇼에 쏘나타보다 살짝 작은 크기의 세단 CC를 선보였는데 그동안 중국 자동차에서 보기 힘들었던 통풍시트 등이 적용됐다. 크루즈 컨트롤시스템과 메모리시트 등도 탑재됐다.
CC의 판매가격은 8만4900위안~13만3900위안(약 1466만~2310만 원)에 책정됐다. 쏘나타와 비교해 가격이 최소 30~40% 저렴하다.
현대차가 과거 중국 현지기업보다는 비싸지만 동급 대비 우수한 챠량 성능을 앞세워 판매를 늘릴 수 있었지만 토종기업들의 기술 발전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예전처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우기 힘든 상황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위협받는 것은 내연기관차 뿐만이 아니다. 진입장벽이 낮은 전기차시장에서는 이미 중국 현지기업이 파상공세를 펴고 있다.
중국 베이징자동차는 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EV트렌드코리아’에서 처음으로 전기차 신차 3종을 공개했다.
베이징자동차는 전기SUV인 EX3와 EX5 등을 공개했는데 1회 충전만으로도 501km(유럽 기준)을 달릴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가속페달만으로도 달리고 서는 ‘원 페달’ 기능도 적용됐는데 판매가격은 현대차의 경쟁 차량들과 비슷한 4천만 원대에 책정됐다.
중국 현지에서는 토종기업들이 더욱 낮은 가격을 책정하고 있어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