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한국형 원전 기술을 미국에서 인정받아 해외 수주에 날개를 얻게 됐다.
3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한국형 원전기술 'APR1400'은 미국에서 7월이면 법제화를 마치고 최종 설계인증(DC)을 받는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원전 최종 설계인증을 받으면 미국 전력사업자가 원전 건설 및 운영에 인허가를 받을 때 인증된 부분에 심사는 면제된다.
한수원 관계자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최종 설계인증을 받으면 원전기술의 안전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것과 같다”며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원전사업을 수주할 때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공사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전 수주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에서 APR1400이 최종 설계인증을 받으면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에서 미국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을 가능성도 커진다.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수주전은 한국과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가 경쟁하고 있는데 미국 에너지부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과 컨소시엄을 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민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 원전사업은 2019년 말~2020년 초 사이 발주될 것으로 전망하는데 그 전에 한국과 미국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발표가 나올 수 있다”며 “한국과 미국의 역할 분담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한수원은 미국에서 최종 원전 설계인증을 받으면 세계 양대 원전기술 인증심사를 모두 통과하는 셈이 된다.
한수원은 이미 2017년에 세계 원전기술 인증의 또 다른 축으로 꼽히는 유럽사업자요건(EUR) 인증을 APR1400의 유럽 수출형인 'EUAPR'로 획득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힘을 쏟는 원전 수출시장에서 미국과 유럽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한국 원전 기술의 위상과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을 비롯해 체코, 폴란드,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서도 신규 원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직접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 사장은 2018년 6월 체코, 루마니아에 직접 가서 원전사업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 원전 기술을 소개하고 관련 기업들과 협력 사업, 연구·개발(R&D) 등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한수원과 한국전력이 각각 30%, 40% 지분으로 원전 설계인증을 공동신청했지만 유럽에서는 한수원이 독자적으로 인증받아 단독 사업도 할 수 있다.
정 사장은 2018년 6월 기자간담회에서 “한수원이 독자적 원전 수출 역량과 금융 조달(프로젝트 파이낸싱) 능력을 지닌 만큼 앞으로는 체코를 시작으로 대부분 원전 수출전선에서 맨 앞에 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