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중국에 진출한 다른 기업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얻고 있는 데 여기에 최 회장의 ‘콴시’가 큰 역할을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종합화학과 중국 석유화학기업 시노펙의 합작회사 중한석화는 29일 시노펙 산하의 중국 현지 정유공장 ‘우한분공사’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정유공장의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SK가 아시아 기업 가운데 최초인 만큼 이번 인수를 계기로 SK그룹은 중국에서 다른 기업이 가지 못한 새 길을 개척했다.
최 회장은 3월 말 보아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했는데 당시 시노펙 경영진들과 만나 이번 우한분공사 인수건을 논의하는 등 중한석화의 사업 확대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한석화 설립도 다른 기업에게는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석유화학 경영에 외국기업 참여는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역시 최 회장의 공이 컸다.
최 회장은 2012년 왕티엔푸 시노펙 총경리를 만나 6년 동안 진척이 없었던 SK종합화학과 시노펙과의 합작공장 설립 협상을 단숨에 타결했다. 왕티엔푸는 접촉이 쉽지 않은 인물이지만 최 회장이 오래 전의 인연으로 면담을 타진해 결국 협상의 실마리를 풀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다른 기업들도 중국에서의 인맥쌓기에 공을 들이지만 최 회장의 접근법은 조금 달랐던 것으로 평가된다.
최 회장은 2006년 3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발표한 뒤 줄곧 “중국과의 공생, 특히 ‘원-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국 투자의 기본 방향”이라는 기조를 강조해왔다.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은 중국에서 번 돈을 중국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외부자가 아닌 내부자로 접근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최 회장의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7년 리훙중 톈진시 당서기가 최 회장과 면담에서 한 말을 보면 중국 고위층이 최 회장을 외국 투자자를 넘어선 내부자로 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당시 리홍중 당서기는 “톈진은 물류에서 하이테크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는데 SK가 정보통신과 친환경 에너지, 건설 분야 노하우를 중국에서 많이 풀어내고 있는 만큼 톈진의 산업 체질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최 회장의 진정성에 중국 쪽 인사들도 화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리샤오민 우시시 당서기가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처음 만난 사람이 바로 최 회장이었다.
리 당서기는 최 회장이 2015년 우시시에 있는 SK하이닉스 공장을 방문했을 때 처음 만난 뒤 줄곧 끈끈한 교분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리 당서기는 ‘방문에 답방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來而不往非禮也)’라는 '예기'의 한 구절을 인용해 “최근 최 회장을 여러 번 만난 만큼 이번 한국 방문의 첫 번째 목적지가 최 회장일 수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최 회장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
최 회장은 중국에서 열리는 각종 포럼을 인적 네트워크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최 회장은 특히 2006년부터 2013년 1월 법정구속 되기 직전인 2012년까지 보아오포럼 상임이사로 활동하면서 중국 정·관계 인맥을 착실히 쌓아왔다.
지난해 가장 많이 찾은 출장지도 중국이었다. 최 회장은 지난해만해도 4월 보아오포럼에 이어 5월 베이징포럼과 상하이포럼에 참석했고 상하이포럼 당시 러우친젠 장쑤성 당위원회 서기를 만나 배터리사업 협력을 논의했다.
이후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8월 베이징자동차와 합작법인을 꾸려 장쑤성 창저우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는다고 밝혔다. 10월에는 장쑤성 창저우시에 4천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및 세라믹코팅 분리막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알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