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계열사인 LG실트론의 연이은 적자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구 회장은 LG그룹의 반도체사업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 계열사의 장기부진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LG실트론의 적자로 2대주주인 보고펀드와 잡음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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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무 LG그룹 회장 |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실트론의 계속되는 경영실적 부진은 구 회장을 부담스럽게 만들고 있다.
구 회장은 올해 들어 반도체 설계업체인 실리콘웍스를 중심으로 LG그룹 반도체사업을 재편하는 등 반도체사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구 회장에게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LG실트론의 장기적 실적부진은 달갑지 않다. 반도체 웨이퍼는 반도체의 원료가 되는 원판이다.
LG실트론은 지난 1분기에 영업손실 141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적자폭은 줄었지만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LG실트론은 2013년, 2014년 2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LG실트론 매출도 줄고 있다. LG실트론은 1분기 1945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줄어든 것이다. LG실트론의 매출은 2013년 8503억 원에서 지난해 7806억 원으로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LG실트론이 엔저에 따른 일본업체들의 제품가격 인하와 공급과잉 등으로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구 회장은 LG실트론의 장기적 실적부진으로 2대 주주인 보고펀드와 갈등도 겪고 있다. 보고펀드는 19.4%의 LG실트론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보고펀드쪽 LG실트론 이사는 지난 2월 말 열린 이사회에서 변영삼 LG실트론 대표이사의 해임안을 상정했지만 사내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펀드는 LG실트론의 장기적 실적악화를 명분으로 변 대표의 해임을 요구했다.
LG그룹의 한 관계자는 “보고펀드가 LG를 압박하기 위해 대표 해임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며 “51%의 지분을 가진 LG쪽의 이사가 훨씬 많아 안건통과가 어렵다는 점은 예상하기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보고펀드는 지난해 7월 채무불이행에 빠진 뒤 구 회장과 LG그룹 지주사인 LG의 임원 등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LG실트론의 상장절차 중단에 따라 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LG그룹도 배임강요와 허위사실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LG그룹과 보고펀드는 2010년부터 LG실트론의 상장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상장절차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상장절차를 중단한 이유로 LG실트론의 실적이 악화해 원하는 공모가를 맞출 수 없었던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