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우리은행 정보기술(IT)그룹과 전산 담당 계열사인 우리에프아이에스(FIS)의 조직개편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 IT그룹과 우리에프아이에스의 의사결정 구조를 일원화함으로써 우리은행의 전산조직이 분리된 단점을 극복하고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23일 우리금융그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우리은행 IT그룹과 우리에프아이에스는 의사결정구조가 일원화돼 사실상 통합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손 회장은 우리에프아이에스와 우리은행 IT그룹의 합병을 대신할 일종의 타협안으로 두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를 일원화한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22일 이동연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이사 사장이 우리은행 최고정보책임자(CIO)를, 김성종 우리은행 IT기획단장이 우리에프아이에스 은행서비스그룹장을 겸임하는 인사를 시행했다.
손 회장은 이런 인사로 우리은행 IT그룹과 우리에프아이에스가 IT관련 문제를 두고 단일 조직 수준의 의사결정 속도를 보이길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우리은행 IT그룹과 우리에프아이에스로 전산조직이 분리돼 있어 IT관련 문제에 신속하게 대처하는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자주 제기돼 왔다.
손 회장도 지난해 우리은행장에 취임했을 때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에프아이에스를 우리은행 IT그룹으로 합병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손 회장이 합병을 실행하지 않은 이유로는 800여 명에 이르는 우리에프아이에스 직원의 완전고용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 꼽혔다.
그는 1월 우리금융지주 출범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에프아이에스의 우리은행 합병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며 “합리적 결론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 IT그룹과 우리에프아이에스의 의사결정 구조 일원화가 과거에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참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2005년 초기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우리은행 최고정보책임자와 우리에프아이에스 대표를 겸직시킨 사례가 있다.
당시 우리은행은 은행권에서 큰 도전으로 여겨지던 전산시스템 구축과 안정화를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 IT그룹과 우리에프아이에스의 의사결정 구조를 일원화한 것을 시작으로 두 조직의 인적 교류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손 회장은 두 조직의 인적 교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우리에프아이에스의 기를 살리는데도 적극적이다.
내부 회의에서는 우리에프아이에스를 삼성그룹의 전산 계열사인 삼성SDS처럼 우리금융그룹 내에서 비중이 큰 조직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의 이러한 발언이 두 조직이 대등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줘 IT관련 문제를 두고 의견 교환을 활발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기 전에 우리에프아이에스는 우리은행의 자회사이면서 우리은행으로부터 계약을 수주하는 ‘을’의 위치에 있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IT그룹과 우리에프아이에스의 의사결정 일원화 및 IT사업 현황 공유로 IT부문에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며 "두 조직 사이의 인력교류도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