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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회사 해외진출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추진한 안심전환대출 제도가 서민층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안심전환대출은 변동금리로 원리금을 한꺼번에 갚는 주택담보대출을 더 낮은 고정금리에 원리금도 이자와 함께 분할상환하는 장기대출로 바꿔주는 상품이다.
안심전환대출을 받은 사람 100명 가운데 5명은 연간소득 1억 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안심전환대출이 중산층 이상의 대상자에게만 혜택을 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안심전환대출, 100명 중 5명은 억대 소득자
12일 금융위원회와 주택금융공사가 신학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안심전환대출 1차분 샘플분석’ 자료에 따르면 통계상으로 유효한 대출 9830건 가운데 459건은 연소득 1억 원 이상인 사람이 안심전환대출을 받았다.
안심전환대출 샘플로 제출된 대상 가운데 4.7%가 억대 소득자인 셈이다. 안심전환대출 1차와 2차 대상 34만5천 명에 이 비율을 적용하면 안심전환대출을 받은 억대 소득자가 약 1만6100명에 이른다.
샘플자료에 포함된 억대 소득자 459명은 평가액이 4억5천만 원 이상인 주택을 안심전환대출의 담보로 내놓았다. 안심전환대출 대상자 전체의 평균 주택평가액인 약 1억 원보다 가격이 훨씬 높다.
이번 자료에 연소득 5억4천만 원인 대출자가 6억2500만 원 가격의 주택을 살 때 은행에서 빌린 3억 원을 안심전환대출로 바꾼 사례도 포함됐다.
샘플자료에 들어간 대출자 가운데 45.3%는 신용등급 1등급이었다. 신용도가 낮다고 분류되는 6등급 이하는 전체의 2.8%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안심전환대출이 서민층의 빚 부담을 줄이는 데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민의 세금이 형평성에 맞지 않게 쓰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금융공사는 시중은행들이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안심전환대출로 바꾸는 과정에서 금리를 낮추는 데 신용보증을 했다. 정부는 이 때문에 주택금융공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질 위험성이 생기자 세금을 투입해 자본금을 늘려주기로 했다.
신학용 의원은 “금융위는 안심전환대출의 취지로 서민의 부담감면을 들었으나 이번 샘플자료를 보면 상당수의 고소득자가 세금을 통한 혜택을 받아갔다”며 “이들에게 준 자금을 서민대출 부실화를 막는 데 들였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안심전환대출을 받은 약 32만7천 건을 전수조사한 결과 연평균 소득이 4천만 원대로 나타났다”며 “안심전환대출은 중산층 이하의 가계빚 부담을 줄이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해명했다.
◆ 다시 불거진 서민층 금융지원 소외 논란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안심전환대출을 추진할 때부터 서민층을 외면하고 중산층 이상의 가계에만 혜택을 준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심전환대출은 원리금을 이자와 함께 갚아야 하기 때문에 매달 내야 하는 대출금 부담이 크다. 서민층이 주로 이용하는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전환대상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고소득자가 주택담보대출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안심전환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주택금융공사의 표본분석에 따르면 안심전환대출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대출금을 중도상환할 여유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자 평균연령이 51세이며 초반부에 더 많은 이자를 내 조기상환이 쉬운 원금분할상환방식을 선택한 사람이 전체의 60% 이상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국회에서 이런 비판을 받자 “안심전환대출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변화할 금융환경에 먼저 대응해 가계부채의 질을 바꾸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해명했다.
임 위원장은 “다만 안심전환대출 대상을 더 어려운 사람들로 정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며 “서민층을 위한 금융지원대책을 관계기관과 협의해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미소금융과 햇살론 등 서민금융을 전반적으로 조정하고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민층 지원을 총괄하는 금융기관인 서민금융진흥원 설립이 늦어지면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