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2019-04-22 15: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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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KT가 5G통신 기지국 확충을 앞두고 화웨이의 러브콜을 받았다.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면 기지국 확장에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보안 우려가 아직 가시지 않은 데다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은 물론 국내 여론도 살펴야 하는 상황이라 화웨이가 내민 손을 잡기에는 아직 부담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왼쪽), 황창규 KT 대표이사 회장.
22일 업계에 따르면 궈핑 화웨이 회장은 최근 중국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간담회에서 “SK텔레콤과 KT는 한국의 중요 파트너”라며 “화웨이 5G장비가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기회가 주어진다면 양질의 서비스와 제품을 납품하겠다”고 말했다.
궈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정치인 말만 듣지 않고 통신사, 학계 등 전문가와 5G 보안기술 자문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고 치켜세우며 보안문제와 관련해 신뢰를 얻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그는 “화웨이는 적극적 태도로 협의회와 협력해 5G 사이버 보안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며 “화웨이와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등이 특정 정치인 의도와 무관하게 시장에서 실력으로 경쟁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한국의 이동통신3사를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 물밑 접촉을 벌였지만 결국은 기존 LTE망에 화웨이 장비를 쓰던 LG유플러스와 인연을 이어가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현재 이통3사는 기지국 확충 경쟁을 벌이고 있어 화웨이의 이런 적극적 구애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3일 기준으로 기지국 3만8천 개를 확보했는데 연말까지 7만 개로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KT는 3만5천 개로 출발했고 올해 안으로 대부분의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해 전국 인구의 트래픽 80% 정도를 커버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LG유플러스는 1만1천 개의 기지국을 마련했고 상반기 안으로는 5만 개, 하반기까지는 8만 개를 구축해 기지국 숫자에서는 선두에 오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화웨이는 화웨이 5G통신장비의 데이터 수용용량이 커 기지국 확충에 유리하다는 점을 앞세운다. 삼성전자의 5G장비 3대가 필요한 용량을 화웨이 장비 1대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지국 구축속도에 크게 보탬이 될 수 있다. 다른 회사 제품을 세 개를 설치할 동안 화웨이 장비 하나만 설치해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화웨이 장비를 서울과 수도권에서 쓰고 있는데 5G 상용화 시기와 맞물려 1만1천개의 기지국을 수도권에 빠르게 설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저렴한 가격에다 파격적 조건을 제시하며 이통3사를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궈 회장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고 보안문제가 걱정된다면 보안 검증을 직접 확인시켜주겠다고 거듭 밝혔다.
량화 화웨이 이사회 의장은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화웨이 장비가 스파이 행위에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면 언제든지 우리 연구소나 사업부문을 방문해도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기존 통신사들이 사용하던 4G장비를 화웨이 장비로 교체하는 비용까지 지불하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었다는 말도 나돌았다.
이 때문에 업계 안팎에서는 SK텔레콤과 KT도 향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금은 LTE와 융합해 쓰는 논스탠드얼론(NSA) 방식 아래 5G를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5G 스탠드얼론(SA) 장비가 출시될 때면 지금과는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SK텔레콤과 KT가 선뜻 화웨이의 손을 잡지 못하는 이유는 역시 보안문제와 이와 관련한 국내외 여론 때문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화웨이 통신장비가 보안에 큰 결함이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데다 사드보복으로 최근까지 우리나라와 큰 갈등을 빚었던 중국업체의 장비라는 데서 화웨이를 바라보는 국내 여론도 싸늘하다.
지난해 SK텔레콤과 KT는 화웨이 장비 사용을 두고 장고에 들어갔었다. 당시 크게 불거졌던 보안 리스크 등을 감안해 결국 화웨이를 제외한 다른 통신장비업체들과 계약을 맺었다.
KT 관계자는 “아무래도 보안 이슈를 놓고 확실한 결과가 나오지 않아 고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SK텔레콤과 KT 모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KT 관계자는 “5G만 쓸 때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고 여러 사항을 놓고 검토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사이 무역전쟁이 해결국면에 들어선다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모른다”며 “여기에 더해 화웨이가 보안 검증을 철저히 하고 결과물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공급업체 다변화 측면에서 SK텔레콤과 KT가 화웨이 장비 도입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