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에서 발생한 품질 결함 논란을 넘고 출시일정을 강행하기 쉽지 않은 처지에 놓이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해 과감히 갤럭시폴드의 출시를 늦추고 품질 검증과 마케팅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전자전문매체 씨넷은 22일 "삼성전자 갤럭시폴드에서 발생한 사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며 "접는 스마트폰을 향한 기대감이 점차 우려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갤럭시폴드 리뷰용 제품을 받은 블룸버그와 CNBC 등 외국언론 기자들이 잇따라 화면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히며 갤럭시폴드의 결함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씨넷은 "갤럭시폴드 초기 제품을 놓고 파손이나 화면 고장과 관련된 사진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며 "갤럭시폴드 출시를 서두른 삼성전자를 향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갤럭시폴드가 정식으로 출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외국언론의 혹평이 확산되고 있어 난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억울한 처지에 놓였다.
일부 외국언론 기자가 갤럭시폴드의 화면 보호막을 벗겨낸 것이 화면 고장을 일으킨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제품은 화면 보호막을 벗기지 않은 상태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화면 파손이나 고장이 발생해 삼성전자가 해당 스마트폰을 수거한 뒤 정밀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 26일로 예정된 갤럭시폴드 미국 출시일정을 늦추겠다고 밝히지 않았지만 홍콩과 중국에서 열기로 한 출시행사는 취소했다.
갤럭시폴드를 향한 외국언론의 혹평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겪었던 '악몽'을 다시 경험하게 됐다며 갤럭시폴드의 명성에 이미 큰 흠집이 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아직 준비되지도 않은 제품을 제공한 만큼 리뷰를 작성할 이유가 없다며 소비자들이 제품을 시험하는 역할을 맡게 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고동진 사장은 갤럭시폴드를 향한 여론이 싸늘해지면서 예정대로 출시를 강행하기 쉽지 않은 처지에 놓였다.
고장을 일으킨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을 출시하면 소비자가 불안할 수밖에 없고 예상하기 어려운 결함이나 고장이 추가로 발견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결국 고 사장이 과감히 갤럭시폴드 출시를 늦추고 품질 검증을 강화하거나 화면 보호막을 벗겨내기 어렵도록 조치를 취한 뒤 시장에 정식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 사장은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가 발생했을 때 비슷한 일을 겪었다.
갤럭시노트7 출시 초기에 일부 제품이 발화했다는 보도가 이어지자 삼성전자는 제품 자체의 결함 가능성보다 외부 충격에 따른 파손 가능성에 더 무게를 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결함 원인을 해결했다며 한 달 정도 뒤에 출시한 갤럭시노트7에서도 비슷한 화재사고가 이어지며 결국 삼성전자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우려해 삼성전자가 무리하게 결함 원인 파악과 제품 출시를 서두른 것이 결국 소비자의 신뢰를 잃는 원인이 된 셈이다.
갤럭시폴드도 이미 한 차례의 논란을 겪은 상황에서 정식 출시 뒤 작은 결함이라도 발견된다면 삼성전자의 대응방식에 대한 평가와 소비자의 신뢰는 다시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갤럭시폴드의 정식 출시 뒤에는 품질과 관련한 논란이 전혀 벌어지지 않도록 완벽한 품질에 만전을 기울여야만 초반에 벌어졌던 논란을 극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하드웨어 기술력에서 가장 앞선 기업이라는 평가에는 이견이 나오기 어려울 정도인 만큼 갤럭시폴드를 바라보는 소비자와 언론의 시선도 엄격하기 때문이다.
고 사장이 과감하게 갤럭시폴드 출시를 늦추기로 결정한다면 당장 삼성전자의 기술 부족을 의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화웨이 등 경쟁사가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접는 스마트폰 출시에 더 속도를 낼 공산도 크다.
하지만 고 사장은 삼성전자의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 신뢰 확보를 위해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와 같은 일을 다시 겪게 될 가능성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시장 조사기관 ABI리서치는 CNN을 통해 "삼성전자가 이번 문제와 관련해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소비자들에게 내용을 솔직하게 알려야만 소비자의 우려를 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