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사업은 정 회장이 아버지인 정상영 KCC 창업주의 뜻을 받들어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과제였는데 모멘티브 인수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KCC는 고부가가치 실리콘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19일 KCC에 따르면 KCC 컨소시엄이 구성한 특수목적법인 MOM컴퍼니가 미국 기업인 모멘티브를 인수하는 것과 관련해 미국 외국인투자 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이 4월 말에 날 것으로 예상된다.
KCC는 원익QnC,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SJL 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이뤘다. KCC는 모멘티브의 실리콘사업부를, 원익QnC는 석영사업부를 각각 인수한다. SJL 파트너스는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KCC는 실리콘사업부 인수를 통해 기존에 진입장벽이 높았던 반도체 접착제 등 고부가가치 실리콘시장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모멘티브는 과거 제네럴일렉트릭(GE)의 실리콘사업부에 뿌리를 둔 기업으로 세계 실리콘시장에서 점유율 13%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인지도가 높다.
반면 KCC 실리콘부문은 세계시장 점유율이 1% 안팎에 불과하고 영업망도 아시아 지역에 한정되는 등 고부가가치시장에 진입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KCC 관계자는 “KCC 실리콘사업은 그동안 중저가제품 위주로 이뤄졌는데 고부가가치 제품을 할 기술이 없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다”며 “반도체에 쓰이는 실리콘 접착제를 예로 들면 반도체 제조업체인 삼성전자가 접착제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인 애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인지도 측면에서 조금 부족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멘티브는 타이어용 제조 첨가제 등 전방산업의 수요 확대에 힘입어 2018년 매출 27억1천만 달러(한화 약 3조 원), 영업이익 2억2천만 달러(한화 약 2500억 원)를 올렸다. 이는 2017년보다 각각 16%, 115% 증가한 것이다.
KCC 실리콘사업은 국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번 인수로 세계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KCC의 기존 주력사업인 건자재와 도료부문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 회장은 “21세기 신소재 화학 분야를 주도해 ‘신소재 크리에이터(Creator)로서 성장하겠다”는 목표에 한 발자국 가깝게 다가섰다.
애초 인수자금 마련 등과 관련해 금융투자업계에서 부정적 의견을 내놓는 등 논란도 있었지만 KCC는 SJL파트너스와 손잡고 3조3190억 원에 이르는 인수자금 조달계획을 무난하게 확정했다.
KCC 관계자는 "KCC가 직접 투입하는 현금은 6천억 원 가량"이라며 "나머지 인수금액도 SJL파트너스의 투자와 인수금융을 통해 무리없이 조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멘티브 인수 이후 KCC의 매출구조는 근본적 변화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KCC는 2018년 기준 건자재부문에서 39%, 도료부문에서 37%, 실리콘 포함 기타부문에서 24%의 매출을 거뒀다”며 “모멘티브 실리콘사업부를 연결실적에 반영한 뒤에는 실리콘 비중이 47%로 늘어나고 건자재와 도료는 각각 23%, 22%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회장은 1960년 태어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경영학 학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부터 고려화학(현 KCC) 부사장을 맡았고 싱가포르법인 대표이사를 거쳐 2000년 KCC그룹 회장에 올랐다.
정 회장은 건축자재와 도료 개발에 힘써 KCC를 국내 1위 건축자재기업으로 키웠다. 1990년대 초반부터 유럽과 러시아, 중국 등의 실리콘공장을 찾아다니며 KCC 실리콘사업의 기초를 닦았다.
2003년 국내 최초로 유기실리콘 모노머 생산에 성공하며 실리콘사업을 본격화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