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제주지사가 한국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를 취소해 논란을 매듭지었지만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원 지사는 17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녹지국제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의 청문조서와 청문주재자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 원희룡 제주지사가 17일 오전 제주도청에서 국내 최초 영리병원으로 추진된 녹지국제병원의 개설 허가 취소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녹지국제병원은 2018년 12월5일 내국인 진료를 하지 않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받은 뒤 의료법에서 정한 3개월의 기한을 넘기고도 개원하지 않아 병원 개설허가가 취소됐다.
앞서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개원 기한인 2019년 3월4일까지 문을 열지 않자 3월26일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을 실시했다.
청문주재자(오재영 변호사)는 12일 청문조서와 최종 의견서를 제주도에 제출했다.
청문주재자는 15개월의 허가 지연과 조건부 허가에 불복하는 행정소송 제기 등의 사유가 3개월 안에 개원 준비를 하지 못할 만큼 중대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내국인 진료가 사업계획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음에도 녹지병원이 이를 이유로 개원하지 않았고 의료인 이탈사유를 두고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병원개설 허가에 필요한 인력을 모두 채용했다고 밝혔지만 청문과정에서 의료진 채용을 증빙할 자료도 제출하지 못했다고 봤다.
원 지사가 녹지국제병원의 개설허가를 취소하면서 녹지병원 논란이 마무리되는 듯 보이지만 잔불은 남아있다.
녹지국제병원 측이 바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지국제병원은 청문에서 “허가취소 처분은 외국투자자의 적법한 투자 기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녹지국제병원이 행정소송에서 패소하면 800억 원에 이르는 투자금의 손해배상 소송을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소송과 별개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ISD)제도를 통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녹지그룹이 투자해 만든 녹지국제병원은 한국 중국 자유무역협정(FTA) 적용 대상으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에 기댈 수 있다.
원 지사는 “법적 문제와는 별도로 의료관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