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금융 카카오페이가 토스와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지만 이 대표가 간편송금 서비스의 무제한 무료 카드를 꺼내면서 토스가 간편송금 1위를 이어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이사.
16일 핀테크업계에 따르면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오픈뱅킹이 시행되는 12월 이후 토스의 간편송금 서비스를 월 10회 무료에서 무제한 무료로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픈뱅킹은 은행 등 금융기관이 제3자에게 계좌 접근을 허용하고 결제망을 개발하는 공동결제시스템이다.
오픈뱅킹이 시행되면 토스, 카카오페이 등 간편송금회사들이 간편송금을 할 때마다 은행에 지불하던 은행 결제망 이용료(400~500원)가 지금의 10분의 1로 줄어들게 된다.
이 대표는 전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오픈뱅킹 토론회에서 “오픈뱅킹이 시행되면 토스 간편송금을 전면 무료로 운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토스가 은행 결제망 이용료로 지불한 금액은 4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0억~50억 원 수준의 은행 결제망 이용료는 고객 확보를 위해 감수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간편송금은 서비스 자체로 수익이 나지는 않지만 이용자의 데이터를 모으고 향후 수익상품에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용자 수 확보가 매우 중요한 분야로 여겨진다.
이 대표가 간편송금 서비스의 완전 무료화 카드를 꺼낸 이유로는 최대 경쟁자인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톡이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워 토스의 간편송금시장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업계에서는 토스(1100만 명)보다 2배 이상 회원 수가 많은 카카오페이(2300만 명)가 올해 안에 토스를 추월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민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25일 “지난해 토스와 카카오페이가 각각 간편송금시장 점유율 54%와 43%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됐다”며 “거래대금 증가 속도를 감안하면 올해는 카카오페이와 토스의 점유율이 뒤바뀔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간편송금을 완전 무료로 제공한다면 토스가 앞으로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그동안 완전 무료로 제공하던 간편송금을 4월부터 토스와 같은 월 10회까지만 무료로 제공하기로 운영방식을 바꿔 간편송금시장 점유율 상승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연말까지만 격차를 유지하면 간편송금 무제한 무료로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게다가 카카오페이를 둘러싼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도 이 대표에게는 호재다.
카카오페이는 사전에 공지하지 않은 시점에 간편송금 무료 서비스를 끝냈는데 이를 두고 금융소비자연맹 등 소비자단체에서는 불공정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회사 이미지를 중시하는 젊은 이용자가 많은 간편송금시장 특성 때문에 카카오페이가 토스의 뒤를 이어 간편송금 무제한 무료를 다시 꺼내더라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토스가 월 5회에서 월 10회, 무제한으로 간편송금 무료 서비스의 폭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카카오페이는 충분한 예고 없이 무료에서 월 10회로 서비스폭을 축소해 이용자들 불만이 높다”며 “카카오페이가 뒤늦게 간편송금 무제한 무료를 다시 시작한다고 밝혀도 회사 이미지에 민감한 젊은 이용자들을 불러 모으기 어려울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