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잘 협력해 사이좋게 이끌라.”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전한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언이다.
조 회장의 장례절차가 12일 정오부터 시작됐다.
장례절차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등 수많은 정·재계 인사가 조 회장의 빈소를 찾았다.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보낸 조화도 조 회장의 빈소에 속속 도착했다.
최 회장은 조 회장의 별세를 두고 “존경하는 어른을 잃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조 회장을 “우리 사회의 따뜻한 어른”이라고 평가했다.
조 회장은 아버지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수송보국’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사로 이끄는 데 평생을 바쳤다.
1997년에 대한항공 항공기가 괌에서 추락하며 수많은 인명이 희생됐을 때는 대한항공의 안전기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로 삼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도 했다.
스카이팀 창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 서울 개최 등 세계 항공업계에서 대한항공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런 재계의 평가나 경영실적과는 달리 최근 몇 년 동안 그의 이름은 좋은 쪽 보다는 나쁜 쪽으로 사람들의 입에 더 많이 오르내렸다.
조 회장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횡포(갑질)’ 등으로 시작된 한진그룹 오너일가의 갑횡포와 비리사건의 중심에 서 있었다.
2014년 땅콩 회항 당시에는 “자식 교육을 잘못 시킨 것 같다”며 머리를 숙이기도 했다. 조 회장 일가를 대상으로 진행된 압수수색도 10회가 훌쩍 넘게 진행됐다.
인간은 모두 입체적이고 평면적 인물은 소설에서만 등장한다고 하지만 특히 조 회장은 다면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인물임에 틀임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조 회장이 별세한 올해는 대한항공 창립 50주년이 되는 해다. 조 회장은 올해를 대한항공이 ‘100년 전통의 항공사’가 되기 위한 새로운 출발의 해로 만들기를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작자 미상의 한시 ‘업중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서생들은 무덤 속 사람을 함부로 의논하지만 무덤 속 사람은 이런 서생을 비웃을 것이네”
어쩌면 지금 조 회장은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보다 대한항공의 미래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을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