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업황 저조로 실적이 부진하지만 이전처럼 기술 발전과 투자 확대를 통한 위기 돌파를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강조했던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의 '진짜 실력'을 증명하는 기회가 최소한 내년까지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7일 CNBC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 실적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업황이 단기간에 회복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CNBC는 증권사 CLSA 분석을 인용해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영업이익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반도체 평균가격이 2분기에 추가로 약 20%의 하락폭을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52조 원, 영업이익 6조2천억 원을 봤다고 5일 발표했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영업이익이 60%가량 감소한 수치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D램 공급가격이 직전 분기와 비교해 27%, 낸드플래시 가격이 23% 떨어지며 실적 부진을 이끈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반도체 실적을 놓고 부정적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했던 '삼성전자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 변화가 절실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과 간담회에서 반도체사업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시장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와 비교해 반도체 기술력과 생산 투자여력이 모두 앞서있는 만큼 반도체사업에서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것이라는 데 자신을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업황이 악화할 때 경쟁사보다 앞선 반도체 공정 기술을 적용한 생산설비 투자를 크게 늘리는 전략으로 성과를 봤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미세공정 기술을 앞세워 생산투자를 확대하면 경쟁사는 상대적으로 수익성에 더 큰 타격을 받고 고객사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강조했던 삼성전자 반도체의 이런 실력은 현실적으로 올해 사업전략에 반영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모리반도체 공급과잉이 역대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벌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생산투자 확대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반도체공장에 증설투자을 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강력한 장점으로 앞세우던 반도체 공정 기술력도 자신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삼성전자의 10나노대 미세공정 기술을 적용한 서버용 D램에서 불량사태가 발생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최근 발생한 D램 불량문제로 1분기 영업이익에서 약 3천억 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분석된다"며 "D램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가 위축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아직 D램 불량문제와 관련해 공식적 발표나 사후대책 등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불량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의 D램 공정 기술력은 경쟁사와 비교해 우위를 자신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공정 기술력도 이미 도시바메모리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에 격차를 대부분 따라잡혀 낸드플래시 생산투자를 확대해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결국 삼성전자가 반도체사업에서 막대한 투자여력과 반도체 기술력 등 장점을 올해 사업전략에 반영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시기를 내년으로 늦출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가 120단 이상의 적층기술을 갖춘 6세대 3D낸드 반도체와 차세대 DDR5 규격의 D램, 차세대 10나노대 D램 공정 개발 등을 모두 올해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3D낸드와 차세대 D램 기술은 모두 삼성전자와 반도체 경쟁기업의 원가 경쟁력과 기술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는 중요한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평택, 화성의 새 반도체공장 완공도 일제히 내년 상반기로 앞두고 있는 만큼 내년부터 단기간에 생산투자를 확대하기 유리한 상황도 맞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새 반도체공장에 적용할 공정 기술이나 투자시기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반도체시황에 맞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