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사회취약층을 위해 제공하는 '행복주택'이 높은 보증금과 열악한 주거 인프라로 입주를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빈 주택이 늘고 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시작해 문재인 정부의 주거복지정책의 핵심사업으로 자리잡았지만 아직 사회취약층들의 '맞춤형 주거 공간'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경기 양주시 옥정신도시 행복주택은 공실률이 37.7%나 된다. 인천도 행복주택 3720가구 중 12%인 448가구가 비어있다.
행복주택 공실률은 2018년 7월 전국 통계로 11.1%에 이른다. 정부가 시행하는 공공임대주택 공실률을 종류별로 보면 신축다세대 임대 6.93%, 10년 공공임대 2%, 영구임대 1.3%다.
행복주택의 공실률이 가장 높다.
공실률에 따른 임대손실금만 1년에 8억2천만 원으로 추정된다.
공실률이 높은 이유는 우선 사회취약층에 부담을 주는 비싼 보증금이 꼽힌다.
정부는 수도권에 있는 행복주택 전용 26㎡에 거주하려면 보증금 3천만 원 내외, 월 임대료 10만 원 수준만 부담하면 된다고 홍보한다. 지방은 보증금 2천만 원 내외, 월 임대료 1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현실은 정부 홍보와는 딴판이다.
서울 송파 헬리오시티 행복주택에서 살려면 청년들은 보증금 8천만~9천만 원, 신혼부부는 1억~1억5천만 원을 준비해야 한다. 월세만 30만~40만 원이다. 여기에 관리비를 매달 15만~20만 원 내야 한다.
신반포자이 행복주택은 보증금이 1억~2억 원이고 월세가 40만~70만 원이다.
역세권이라는 입지조건과 주변 시세를 고려한다 해도 주거 취약계층에게는 벽이 높다.
높은 월세에 관리비까지 더하면 굳이 행복주택을 선택해야 할 필요를 찾지 못한다는 이들이 많다.
교통 불편과 열악한 주거 인프라도 행복주택이 맞춤형 주거공간으로 자리잡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충북 보은군 삼승면에 들어선 행복주택은 입주자를 2차례 모집했는데도 120가구 중 54가구만 신청했다. 신혼부부는 단 3가구였고 대학생 신청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공장과 농경지로 둘러싸인 지역에 행복주택이 위치해 교통도 불편할뿐더러 음식점이나 마트 등 기본적 편의시설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 은평구에 지어진 행복주택은 쓰레기 소각장 바로 앞에 지어져 1차 모집된 640명 가운데 191명이나 입주를 포기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고령자 등 사회 취약층을 위해 정부가 주변시세에 비해 최대 60% 저렴하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2018년까지 전국 110곳에 3만5000호가 공급됐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행복주택 2천 호를 공급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계속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현실을 고려한 세심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 답변에서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임대주택의 임대료가 너무 높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장관으로 취임하면 더욱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방안을 살펴보겠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