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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바이오주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가짜 백수오 파문이 증권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파문은 바이오회사 주가의 민낯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번 파문으로 최근 급등한 바이오업종 사이에서 과도한 기대감으로 거품이 낀 종목들은 조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실적이 뒷받침된 곳은 혼란중에도 살아남아 상승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가짜 백수오 파동이 바이오회사들의 옥석을 가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백수오 파동에 주춤한 바이오주, 그동안 너무 올랐나
코스피 의약품지수와 코스닥 제약지수는 30일 소폭 반등했다. 의약품지수는 전일대비 0.2% 올랐고 제약지수는 0.36% 올랐다.
그러나 바이오주가 올해 들어 승승장구해 오던 데 비하면 최근 들어 주춤하는 모양새가 두드러진다. 특히 가짜 백수오 사태로 내츄럴엔도텍 주가가 7번이나 하한가를 기록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 내츄럴엔도텍은 코스닥 시가총액 9위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있는 종목이라 타격이 컸다.
코스피 의약품지수와 코스닥 제약지수는 백수오 파동이 터진 22일부터 29일까지 각각 3.14%, 3.67% 하락했다.
바이오주는 올해 선전하고 있는 주식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코스피 의약품지수는 올해 51.3%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 11.0%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코스닥 제약지수 역시 올해 63.3% 오르며 같은 기간 코스닥지수 상승률 26.9%를 뛰어넘었다.
주식시장 오름세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것이 바이오주라는 의견이 많았다.
◆ 박근혜 테마주로 떠오른 바이오주
특히 박근혜 정부가 적극적으로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바이오주는 급등했다. 바이오주가 '박근혜 테마주'로 불릴 정도로 정부의 바이오산업 육성 의지가 강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3월 공동으로 ‘바이오헬스 미래신산업 육성전략’을 제시했다. 바이오헬스 육성전략은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1월 연두보고한 ‘역동적인 혁신경제’ 세부전략 중 가장 먼저 구체화한 것으로 그만큼 정부의 관심이 높다.
정부는 올해 3400억 원을 투자해 2017년까지 줄기세포와 유전자치료제 분야에서 세계 최초 의약품 5개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2020년까지 기술혁신 바이오기업 50개를 육성하고 10개의 바이오의약품 수출을 성사시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8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5 바이오&메디컬 코리아 개막식에서 “제약과 의료기기, 바이오 분야는 미래 중요 신성장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중”이라며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발전을 이루기 위해 보건의료산업을 집중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지원을 뒤에 업고 바이오주가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번에 가짜 백수오 파동이 터지면서 바이오주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동안 과도한 기대가 바이오주를 실제 가치 이상으로 뻥튀기했다는 거품론도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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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석 전 서울대학교 교수 |
◆ 증시에서 반복된 바이오주 거품론
바이오주와 거품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시장에서 일정한 주기로 바이오주가 강세를 보였고 그때마다 거품논란이 일었다.
2000년 벤처열풍이 불었을 때 바이오업종은 IT와 함께 크게 주목받았으나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지 않아 반짝 인기에 그쳤다.
2004년 황우석 전 서울대학교 교수의 줄기세포가 국민적 인기를 끌며 바이오주 열풍도 1년 넘게 이어졌다. 하지만 역시 줄기세포가 가짜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바이오주의 인기도 사그라들었다.
2009년 줄기세포 연구재개 기대감과 바이오시밀러 투자 등의 이유로 바이오주가 재평가되는가 했지만 다시 또 주저앉고 말았다. 바이오주는 주식시장에서 투자가들이 만들어내는 소재로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 미국증시도 바이오주 거품 우려
바이오주에 대한 거품론이 일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에서도 바이오주 거품논란이 현재진행형이다.
27일 미국 증시에서 주요 바이오기업들의 악재가 겹치며 바이오주가 급락했다. S&P바이오기술ETF는 이날 5.5%나 떨어졌다. 바이오주 폭락이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고개를 들었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미국 최대 바이오기업 암젠이 개발한 피부암 면역 치료제의 효과를 확신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암젠 주가는 3% 넘게 하락했다.
또 다른 바이오기업 셀라돈은 심장치료제 개발에 실패한 사실이 알려지며 주가가 80% 넘게 급락했다. 제약회사 마일란과 테바는 인수합병이 무산돼 주가가 각각 6%, 4%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통화정책보고서에서 바이오기술 기업들의 주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를 몇 차례나 강조할 정도로 바이오주를 보는 시각은 불안하다.
특히 지난 5년 동안 뉴욕 증권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바이오기업 주가를 나타내는 NYSE 아카 바이오지수는 242.82% 상승했다. S&P500 지수 상승률 71.89%보다 높은 것은 물론이고 애플과 구글, 페이스북이 포함된 나스닥100테크지수 상승률 90.44%보다 훨씬 높은 상승률이다.
미국에서 2000년 인간 유전체 해독 열풍이 불어 바이오주가 거품을 형성한 적이 있다. 당시 곧 유전자 맞춤형 치료제가 나와 난치병 치료의 획기적 기원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실제 제품으로 나온 것은 거의 없었다. 바이오주 거품이 꺼지면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많았다.
◆ 실적 뒷받침된 기업만 살아남는다
하지만 바이오기업 주가가 예전 거품들처럼 모두 훅 꺼질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은 거의 없다.
예전에 막연한 기대감만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주요 기업들이 실적으로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주 가운데 건강기능식품주는 이전의 과도한 기대감 대신 시장의 냉혹한 평가에 직면하겠지만 신약 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제약주는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김철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건강기능식품주는 신뢰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등은 이번 사태 영향을 거의받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백수오 사건이 투자심리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 성과가 가시화하고 업황도 개선되고 있다”며 “옥석이 가려지면서 장기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