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재무구조 개선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박 회장이 그룹의 모든 자리에서 물러서며 사실상 백기투항했지만 여전히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은 28일
이동걸 회장이 전날
박삼구 회장의 긴급 면담요청을 받고 자리를 함께하며 경영 정상화 추진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련의 사태를 놓고 책임을 깊이 통감한다며 물러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먼저 대주주와 회사의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시장의 우려를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의 방안을 마련해 제출해 달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이 경영권 포기라는 초강수를 둔 배경에는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황에서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을 향한 채권단의 불신이 큰 데다가 박 회장이 지난해 불거진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등 크고 작은 논란에 휘말리면서 박 회장의 경영능력을 놓고 시장에서도 의심의 시선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걸 회장은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을 강조해왔다.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좌고우면하지 않는 ‘원칙주의자’의 성향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박 회장이 물러난다 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을 향해 원칙을 적용하는 기조는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장 4월 맺을 예정인 아시아나항공과 산업은행의 업무협약 강도가 이전보다 훨씬 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월 아시아나항공이 산업은행과 업무협약을 맺었지만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5500억 원가량을 조달하기로 하고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 CJ대한통운 지분 등을 매각했으나 유동성 확보를 위한 영구채 발행, 유상증자 등은 실패했다.
이 회장은 전날 국회에서도 “아시아나항공과 협력해서 자금계획을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 역시 이 회장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 회장은 2017년 9월 취임 20여 일 만에 금호타이어의 자율협약을 이끌어낸 데 이어 박 회장으로부터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경영에서 물러나고 우선매수권을 포기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실사 결과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할 이행계획을 바탕으로 긴밀히 협의해 다각적으로 경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른 시일 안에 업무협약(MOU) 재체결도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