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9-03-27 15: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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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이 올해 안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기 위한 절차를 본격적으로 밟고 있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는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중추신경계 치료제’ 개발과 출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SK바이오팜 관계자는 27일 “최근 국내 증권사 몇 곳에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며 “증권사들로부터 제안을 접수받은 뒤 정성평가 절차를 거쳐 주간사를 최종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SK바이오팜은 올해 안에 상장을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은 상장에 성공하면 시가총액이 약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SK바이오팜의 뇌전증(간질)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의 가치를 3조5천 억 원으로 계산해 SK바이오팜 기업가치를 4조9천억 원으로 추산했다. 대신증권은 SK바이오팜의 가치를 6조2천억 원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당초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미국 나스닥을 놓고 저울질했다. 하지만 SK란 브랜드 힘을 고려하면 미국보다는 국내에서 상장했을 때 더 높은 몸값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 대표는 SK바이오팜 상장을 올해 마무리한 뒤 글로벌 중추신경계 치료제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SK의 100% 자회사로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중추신경계 치료제 전문기업이다. SK바이오팜은 현재 뇌전증, 수면장애, 조현병, 조울증, 집중력장애 등 주로 신경계 질환에 특화된 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의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것은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다. 세노바메이트는 임상시험을 모두 마치고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판매 승인 여부는 올해 11월21일에 결정된다.
조 대표는 2020년부터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세노바메이트 직접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어 자금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세계 최대 의약품시장인 미국에서 신약을 출시해 직접 유통망을 확보하고 마케팅을 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 대표가 SK바이오팜의 상장을 추진하는 것도 2020년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판매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되고 있다.
조 대표는 다른 중추신경계 치료제 연구개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팜은 임상시험을 모두 마친 세노바메이트 외에도 과민성대장증후군, 파킨슨병 등 중추신경계 분야에서 신약 후보물질 6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치료제들은 현재 임상1상과 임상2상이 진행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상장을 통해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면 많은 신약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지 않고 세노바메이트처럼 독자적으로 개발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신약이 창출하는 모든 가치를 SK바이오팜이 누리는 것이 가능하다.
글로벌시장 조사기관인 BBC리서치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이 집중하고 있는 전 세계 중추신경계 치료제시장의 규모는 2017년 기준 약 81조 원에 이른다. 또 2021년까지 연 평균 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SK바이오팜은 알츠하이머, 파킨슨 등 신경계 치료제를 보유한 미국 바이오기업 ‘바이오젠’과 유사하다”며 “바이오젠은 2017년 글로벌 중추신경계 치료제시장에서 점유율 12%를 차지했는데 SK바이오팜도 이렇게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