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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
국내 주요 재벌그룹에 지주회사 전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한라그룹, 한진그룹, SK그룹 등이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했고 한솔그룹 등 지주회사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곳도 많다.
재계 관계자들은 올해를 지주회사 전환의 적기로 보고 있다. 올해까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주주가 얻는 양도차익에 대한 소득세가 과세이연돼 절세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기업의 구조조정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재편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호재다.
사업재편지원특별법은 일명 '원샷법'으로 불린다. 기업의 사업재편에 따른 비용과 규제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특히 지주회사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주회사로 아직 전환하지 않은 그룹들이 원샷법으로 출자고리 등을 지주회사체제에 맞도록 정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주목되는 곳은 여전히 순환출자구조를 유지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 방식이다. 재계에서 정몽구 회장이 정의선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들어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고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합병을 결정하는 등 현대차그룹의 사업구조개편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고 정 부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한발짝 더 나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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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 현대차그룹, 순환출자고리 어떻게 해소하나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데 두 가지 걸림돌이 있다.
순환출자고리 해소와 금융계열사 정리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순환출자가 허용되지 않고 일반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를 보유할 수 없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가 현대차 지분 20.78%를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33.88%를 소유하고 있다.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보유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 6.96%와 현대차 지분 5.17%를 보유하고 있고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 지분 1.74%를 소유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할 경우 현대모비스가 지주회사가 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정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의 가치를 높여 기아차가 소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과 맞교환하면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지주회사체제로 전환이 가능하다.
현대글로비스가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 평가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글로비스 지분 23.79%를 보유하고 있는데 지난 2월 지분을 매각하면서 2년 동안 나머지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조건을 걸어 당분간 주식을 처분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시나리오대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것은 올해 불가능하고 2017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취득하는 데 열쇠가 될 수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도 현대엠코와 합병하는 등 몸집을 불리고 있는 데다 상장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상승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해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획득하면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최대주주에 올라 현대차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현대차가 자회사, 기아차가 손자회사, 현대글로비스가 증손회사가 된다.
문제는 현행 공정거래법에 손자회사의 경우 증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만약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가치가 현대모비스와 교환이 가능할 정도로 높아진다면 기아차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전량 사들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이용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획득해도 마찬가지다.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파워텍 등 기아차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여러 회사들이 증손회사로 간주된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기아자동차는 이들 지분을 모두 확보하거나 아니면 자회사인 현대자동차 쪽으로 모두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원샷법이 현대차그룹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문제점을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다. 정부가 원샷법에서 증손회사 지분율 요건을 완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증손회사 지분율을 100%에서 50%로 완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이미 국회 정무위에 계류중이고 공정위도 이에 대해 긍정적이다.
재계 관계자들은 증손회사 지분율을 50%가 아니라 손자회사와 동일하게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윤태호·김서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위 계열사 지분이 정리되지 않은 현대차그룹은 증손회사 지분율 완화로 사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아지는 셈”이라며 “현대차그룹의 고민거리가 상당부분 경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몽구 회장이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현대모비스를 분할한 뒤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와 기아차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지주회사끼리 합병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대모비스의 자회사가 된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계열사 지분을 나눠갖고 있기 때문에 원샷법에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손자회사에 공동출자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지분정리가 더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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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
◆ 금융계열사,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으로 해결하나
정몽구 회장의 두번째 고민거리는 금융계열사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HMC투자증권, 현대라이프생명보험 등의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하고 있는 금융사업은 자동차할부, 카드, 증권, 생명보험 등 범위가 넓다.
그러나 현행 공정거래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지주회사가 아닌 일반지주회사가 금융계열사를 두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금융계열사를 처분하지 않으면 지주회사로 전환이 불가능하다.
이런 점 때문에 정 회장이 금융계열사들을 계열분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사위이자 정명이 현대커머셜 고문의 남편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를 맡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정 사장은 정경진 종로학원 설립자의 아들인데 지난해 말 종로학원을 처분했다. 정 사장이 가업을 정리한 것은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경영권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정 사장이 금융계열사를 계열분리해 맡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할부금융 등을 고려하면 자동차회사에서 금융사업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도요타와 메르세데스벤츠 등 해외 자동차기업들도 도요타파이낸셜과 다임러파이낸셜 같은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금융사업을 포기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재계 관계자들은 정의선 부회장이 금융계열사까지 전부 승계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게 되면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없다.
하지만 이번에 공정위에서 중간금융지주회사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금융계열사가 3개 이상이거나 금융계열사 자산이 20조 원 이상일 경우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들어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두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단 중간금융지주회사는 금융계열사 외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려고 한다.
현대차그룹에서 금융계열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현대차다. 현대차는 현대캐피탈 지분 56.47%를 비롯해 현대카드 지분 36.96%, 현대커머셜 지분 50.00%, HMC투자증권 지분 27.49%를 소유하고 있다.
기아차는 현대카드 지분 11.48%, HMC투자증권 지분 4.90%를 소유하고 있으며 현대모비스가 HMC투자증권 지분 16.99%, 현대라이프생명보험 지분 58.94%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중간금융지주회사를 만들 경우 현대차가 기아차와 현대모비스의 금융계열사 지분을 확보한 뒤 금융지주회사를 분할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현대제철이 2013년 현대카드 지분을 전량 현대차에 매각한 것도 현대차에 금융계열사 지분을 몰아주기 위한 수순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