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현재 조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의 3인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조 회장이 만약 연임을 둘러싼 표 대결에서 패배하게 된다면 대한항공은 조 사장과 우 부사장의 2인 대표이사체제로 바뀌게 된다. 우 부사장이 경영 일선에 잘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을 살피면 사실상 대한항공은 조 사장이 경영을 이끌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조 회장의 연임안이 주주총회에서 부결됐을 때 조 사장이 받게 될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금 등 총수 일가가 아닌 주주들의 주도로 대표이사가 물러날 수 있다는 첫 사례를 남기는 셈이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2017년 1월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경영 전반에 관여한지 아직 오래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향후 경영활동에도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상훈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조 회장이 물러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지만 상징적 의미가 크다”며 “조 회장의 연임이 부결된다면 대주주도 본인이 잘못하면 언제든 쫓겨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항공 주총 결과는 뒤이어 29일 열리는 한진칼 주주총회에도 조 회장 일가에게 불리한 쪽으로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총수 일가로서는 불명예 퇴진에 따른 상처가 클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주주총회 의안 상정을 앞두고 조 회장이 자연스럽게 사임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왔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주총 의안에 조 회장의 연임 안건을 상정하면서 사실상 조 회장이 ‘배수진’을 치고 정면 표 대결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연임안이 통과될지 여부는 시간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특히 ISS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연달아 조 회장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의견을 낸 것을 두고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는 데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두 차례의 의결권 행사 사전공개에도 아직 대한항공 주주총회와 관련해서는 정해진 의견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줄곧 조 회장의 한진그룹 계열사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져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조 회장 연임 반대의 근거로 들었던 ‘지나친 겸직’은 이번 주총시즌이 끝나면 해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민연금으로서는 반대의 ‘명분’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반대의견을 권고한 의결권 자문사들이 조 회장 연임 반대 근거로 조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근거로 삼은 것은 국민연금에게 반대표를 던질 명분을 제공해 준 셈이 될 수 있다.
조 회장의 연임 반대에 힘이 실리면서 한진그룹도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최근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 ISS의 조 회장 연임 반대 의견을 두고 “재판 중인 사안을 반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전례가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부분 의결권 자문사들은 사법적 판단 결과와 관계없이 기소 자체를 의안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때가 많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주주총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와 관련해서는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