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화문 광장에 조성되는 기억공간 투시도. <서울시> |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천막을 철거한 자리에 추모의 뜻이 담긴 '기억공간'을 조성하기로 한 가운데 상설화 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서울시는 기억공간을 2019년까지만 임시로 운영할 계획을 세웠지만 상설공간으로 남겨둬야 한다는 주장도 많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15일 “세월호 천막은 유가족들이 18일부터 자진철거한다”며 “천막이 있던 자리에는 4월 12일부터 ‘기억·안전공간’이 운영된다”고 밝혔다. 천막 철거에 앞서 17일에는 단체영결식이 예정돼 있다.
세월호 유가족 협의회인 416 가족 협의회는 14일 "이제 '광화문 세월호광장'을 '기억하고 진실과 미래를 공감' 하는 '기억공간'으로 시민들께 돌려 드리려 한다"며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연대와 활동의 공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월호 천막은 2014년 4월 16일 참사 이후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단식농성하며 머무르던 비닐천막에서 시작됐다.
이후 서명대, 분향소, 전시관 등이 생기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대표적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월 5일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설 합동 차례에 참석해 “참사 5주기가 되는 4월 전에 서울시가 기억의 공간,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한 공간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열린광장 운영시민위원회'가 ‘세월호 추모기억 전시공간 설치안’을 7일 의결했다.
기억공간은 광화문 광장 하단에 현재 천막의 절반 규모인 79.98제곱미터의 목조 가건물로 지어져 4월 12일 시민에 개방된다.
서울시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다짐하고 안전의식을 함양하는 상징적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기억공간 조성과 운영비에 예산 2억 원을 책정하고 전담 관리인원도 둔다.
그러나 기억공간을 언제까지 운영할 것인가를 두고 서울시와 유가족 일부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서울시는 2020년 1월부터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에 착공하기에 기억공간은 2019년 말까지만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세월호 유족 중 일부는 기억공간이 이후로도 광화문 광장에 남겨지길 바라고 있다.
유가족들은 “계속 기억의 공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거나 "진상 규명이 밝혀질 때까지 계속 있었으면 한다”고 요구한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기억공간을 세월호 뿐만 아니라 삼풍백화점 참사, 성수대교 참사 등 사회재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으로 항구적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서울시는 애초 계획을 바꾸기 힘들다며 고심하면서도 기억공간을 다른 장소로 이전해 상설화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2020년부터는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 공사가 시작돼 ‘기억공간’을 상설화하기 힘들다”며 "기억공간을 2020년 이후 다른 곳으로 이전해 다시 조성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