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회장은 고배당을 통한 단기적 주가 부양보다는 자금을 쌓아 인수합병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금융지주의 기업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7일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지난해보다 줄어든 배당성향 때문에 단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배당성향은 순이익 가운데 현금으로 지급된 배당금의 비율이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이날 1만4200원으로 거래를 마쳐 전날보다 1.05% 떨어졌다.
손 회장은 최근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주가를 반등할 수 있는 고배당 카드를 끝내 꺼내지 않았다.
우리금융지주는 전날 보통주 1주당 650원을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보다 주당 배당액이 50원 늘었지만 배당성향(21.5%)은 5.2% 줄었다.
증권업계에서는 손 회장이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을 냈다는 점을 감안해 배당성향을 유지하거나 줄이더라도 소폭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25일 분석보고서에서 “우리금융지주의 충분한 자본여력을 생각해보면 배당금이 700원 수준(배당성향 23.3%)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현금배당 등 단기 주가 부양에 들어가는 자금을 인수합병으로 돌려 장기적으로 우리금융지주 기업가치를 높이기로 마음 먹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손 회장이 취임사에서부터 강조해온 '내실'이라는 가치와 닿아있기도 하다.
올해 우리금융지주의 배당 대상 주식은 6억7327만1226주다.
손 회장은 시장 기대에서 1주당 50~100원가량 밑도는 배당을 통해 대략 340억~670억 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이자산운용, 동양자산운용 등 손 회장이 최근 인수합병 대상으로 눈여겨 보고 있는 회사의 추정 매각가격이 1200억 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산운용사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금액의 30~50%를 확보한 셈이다.
손 회장은 지난해 2조 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뒀지만 자기자본비율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출범 첫 해인 올해 자기자본비율 산출방식에서 내부등급법 보다 불리한 표준등급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표준등급법이 적용되면 우리금융지주의 1분기 자기자본비율은 우리은행 시절의 15%대에서 1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자기자본비율 10.5% 이하인 금융회사에 자본적립을 요구할 수 있다.
손 회장이 1분기 결산에서 10.5% 이하인 자기자본비율을 받아들게 된다면 인수합병 등으로 우리금융지주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수전에서는 들고 있는 자본의 규모 못지 않게 어느 시점에 거래를 할 수 있냐 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며 "손 회장이 배당을 줄여 확보한 자금으로 인수전을 더 유리하게 끌고 갈 가능성이 높아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도 긍정적"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