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왼쪽) SK 회장이 2016년 11월22일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있는 사빅 본사를 방문해 유세프 알 벤얀 사빅 부회장(가운데)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SK >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화려한 인맥을 바탕으로 중동에서 사업의 추진력을 높이고 있다.
28일 SK그룹에 따르면 최 회장은 중동 여러 나라들의 왕실 뿐 아니라 실세들과의 인연을 돈독히 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SK건설 등의 중동사업 확대를 원활히 이끌어내고 있다.
최 회장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겸 아랍에미리트(UAE) 통합군 부총사령관과 오찬 모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함께 참석했다.
청와대는 오찬 뒤 열린 무함마드 왕세제와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회담의 성과로 SK건설과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 사이 ‘원유 저장시설 공사 수주 양해각서(MOU)’와 아랍에미리트의 4차산업혁명 관련 사업에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점 등을 들었는데 모두 SK그룹과 관련된 사업이었다.
최 회장은 오찬 자리에서 무함마드 왕세제와 5G 이동통신,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미래 기술 협력을 놓고 긴밀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SK텔레콤이 아랍에미리트에 진출을 가시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 됐다. SK이노베이션과 SK건설은 이미 아랍에미리트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아랍에미리트에서 사업을 무함마드 왕세제의 최측근 칼둔 칼리파 알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많이 의논해왔다.
칼둔 청장은 아부다비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아부다비 행정위원회의 행정청장이다. 국영 투자공사인 무바달라개발(MDP)의 최고경영자(CEO)도 맡으면서 왕실 자금을 운용하고 있고 아랍에미리트 원자력공사 이사회 의장도 맡고 있다. 무함마드 왕세제의 동생 만수르 부총리 겸 대통령실 장관과도 사이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회장과 칼둔 청장은 최 회장의 아버지인 고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 때부터 집안 사이의 인연을 맺고 양국을 오가며 교분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칼둔 청장은 2018년 1월 최 회장을 만나러 전용기를 타고 날아오기도 했다. 당시 두 사람은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당시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동석해 이를 두고 최 회장이 SK이노베이션의 원유 수입국 다변화에 역할을 한 것이라는 말도 나왔었다.
최 회장이 중동의 글로벌 인사와 인연을 맺고 있는 것은 아랍에미리트뿐만이 아니다.
최 회장은 2005년 쿠웨이트국영석유회사(KOC)와 12억 달러 규모의 건설공사를 수주한 이후 쿠웨이트 왕족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2016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 국영 석유화학기업인 ‘사빅’의 유세프 알벤얀 부회장과 만나 합작사업인 ‘넥슬렌’의 글로벌 진출 가속화를 논의했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자인 사우드 빈 압둘라 빈 투나얀 알사우드 사빅 회장과 무함마드 알마디 사우디아라비아 방위사업청 회장 등과도 친분을 쌓으며 중동 네트워크를 강화해왔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은 유공 시작 때부터 산유국 VIP와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다”며 “SK그룹은 원유 수입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건설, 유통, 해운, 4차 산업혁명 사업 등 다양한 영역으로의 사업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중동 뿐 아니라 중국 인맥도 화려하기로 유명하다. 역시 SK 계열사들의 사업을 지원하는 데 톡톡히 활용되고 있다.
2015년 최 회장의 SK하이닉스 공장 방문 때 처음 만난 뒤 교분을 이어온 리샤오민 장쑤성 우시시 당서기는 지난해 11월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최 회장을 만나러 갔다.
당시 리 당서기는 ‘방문에 답방하지 않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來而不往非禮也)라는 는 '예기'의 한 구절을 언급하며 “최근 최 회장을 여러 번 만난 만큼 이번 한국 방문의 첫 번째 목적지가 최 회장일 수밖에 없다”고 말할 정도로 친근감을 표시했다.
리 당서기는 이 자리에서 “SK하이닉스와 장쑤성의 합작을 전력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4월 중국 장쑤성 우시 반도체 신공장의 가동을 앞두고 있다.
최 회장이 2012년 왕티엔푸 시노펙 총경리를 만나 6년 동안 진척이 없었던 SK종합화학과 시노펙과의 합작공장(중한석화) 설립 협상을 단숨에 타결 지은 일도 유명하다. 왕티엔푸는 접촉이 쉽지 않은 인물이지만 최 회장은 오래 전의 인연으로 면담을 타진해 결국 협상의 실마리를 풀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중한석화는 2014년 상업가동 첫 해 1477억 원의 흑자를 낸 데 지난해 상반기까지 4년 동안 1조8천억 원을 벌어들여 효자 기업으로 자리잡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