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미래 핵심사업인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사업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관련된 소재와 재료사업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힘을 싣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밸류체인 전략'을 강화해 제품 생산을 수직계열화하고 주요 계열사들 사이 시너지를 높이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28일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분할 결정은 긍정적"이라며 "사업의 전문성과 투자 등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높여 성장을 가속화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SK이노베이션은 3월 주주총회 동의를 거쳐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IT기기 관련된 소재와 재료를 담당하는 사업부를 자회사인 SKIE소재로 물적분할한다.
SK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인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질 것에 대비해 관련된 소재와 재료사업의 외형 성장을 적극 추진하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 확대는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의 주요 성장전략 가운데 하나로 앞세우고 있는 밸류체인 구축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다.
밸류체인은 특정 사업분야의 핵심 계열사나 사업부를 중심으로 다른 협력사의 사업역량을 끌어모아 연구개발 및 생산, 유통체계를 수직계열화하고 시너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최 회장은 SK그룹의 반도체와 정보통신(ICT), 배터리 등 핵심사업을 기업 단위가 아닌 밸류체인 단위로 육성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대규모 인수합병과 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SK하이닉스를 주축으로 한 반도체사업에서 반도체가스 생산업체인 SK머티리얼즈와 반도체 원판(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을 인수하며 밸류체인 구조를 구축했다.
SK머티리얼즈와 SK실트론은 SK그룹에 인수된 뒤 활발한 생산투자를 벌여 SK하이닉스에 반도체 관련된 소재와 재료 공급을 늘리며 가파른 실적 증가를 보였다.
SK하이닉스가 최근 반도체공장 투자에 약 175조 원을 들이는 계획을 발표하자 SK그룹은 이와 별도로 관련된 계열사의 소재사업에도 5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SK그룹이 대규모 투자를 앞둔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도 반도체사업과 같은 효과를 노려 소재사업 분할을 시작으로 밸류체인 구축 노력을 적극 강화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은 27일 헝가리 배터리공장에 약 1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발표했는데 2025년까지 계획된 시설투자 금액은 모두 11조 원을 넘는다.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하려면 관련된 소재와 재료의 공급능력도 자연히 늘어나야 한다.
백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리막사업에 꾸준한 증설투자를 벌여 올해 생산능력을 지난해보다 약 47% 늘릴 것으로 추정했다.
▲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사업에서 '밸류체인'으로 강조하는 소재와 제품. |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는 모두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급성장이 예상되는 산업분야로 꼽힌다.
SK그룹이 밸류체인 전략을 통해 생산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반도체와 소재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원가 경쟁력을 갖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관련된 계열사도 투자 확대에 맞춰 외형 성장을 통한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
최 회장이 SK그룹의 밸류체인을 더 강화하기 위해 반도체 관련된 소재 및 장비기업이나 배터리 소재기업 추가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최근 티브로드 합병을 결정하고 SK네트웍스는 모빌리티사업 밸류체인 강화를 위해 AJ렌터카를 인수하는 등 SK 주요 계열사에서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