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부산시장이 고리 원전 4호기의 고장으로 원자력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최근 원전 10기가 부산시 인근에 밀집하면서 원자력 사고 위험성이 늘어난 상황을 고려해 원자력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 부산시청에 따르면
오거돈 시장은 20일 고리 원전 4호기의 제어봉이 원인불명으로 낙하한 사고를 계기로 부산시와 각 원전의 연락체계 등 안전부문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고리 원전 4호기는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까지 당분간 운영기술지침서에 따라 48~49% 수준 출력으로 운영된다.
부산시청 관계자는 “원자력안전위원회나 원자력발전사업자는 원전에서 고장이나 사고가 난 이후에야 통보하는 등 정보 공유에 인색하다”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신속하게 원전 상황을 전파할 수 있는 체계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원전 안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합동사무소를 설치하고 원자력안전협의회의 참여 범위를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광역지방자치단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프랑스 등 선진국처럼 원전 안전대책에 지방자치단체의 의견 비중을 높이는 정책방향을 모색하고자 하는 의도다.
2018년 기준 원전 발전비중이 75%인 프랑스는 원전이 설치된 지역에 지역정보위원회(CLI)를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역정보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의원과 시민 등으로 구성된다. 원자력발전 사업자와 원자력안전국(ASN)에 모든 관련 정보를 요구할 수 있고 원자력발전소 입지, 증설, 운전 등에 자문을 제공한다. 다만 원자력 규제 권한 자체를 갖지는 않는다.
현재 부산시와 울산시에서 고리 원전 2, 3, 4호기, 신고리 원전 1, 2, 3, 4호기가 운영되고 있다. 신고리 원전 5, 6호기는 한창 건설되고 있으며 고리 원전 1호기는 영구 정지돼 해체를 기다리고 있다.
부산시, 울산시, 양산시 등 원전 인근 도시의 인구가 500만 명에 가까운 점을 감안하면 원전 단 1기의 사고로도 막대한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017년 포항시, 2016년 경주시 등 부산시와 멀지 않은 지역에서 연달아 강진이 일어난 것도 부산시민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국내 원전의 내진설계 기준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지만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신고리 4, 5, 6호기 등 원전을 두고 지속해서 건설 중단 또는 지진 안전성 재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는 지진에 따른 원자력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내진설계 현황, 원전에서 지진을 계측한 값 등 지진 관련 정보를 원자력안전위원회, 한국수력원자력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체계를 추진하고 있다.
오 시장은 “고리 4호기에서 고장이 발생한 원인을 상세하게 조사해 재발 방지대책에 만전을 기울일 것”이라며 “원전 안전은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만큼 시민들에게 최우선으로 공개하고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