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속 항공 정비(MRO, Maintenance, Repair, Overhaul)업체로 성장하겠다.”
조연기 한국항공서비스 대표이사 사장은 21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열린 첫 민간 항공기 정비 입고 및 사업 착수 기념식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내 대부분 항공사는 그동안 국내에서 항공 정비를 받을 길이 없어 연간 1조 원에 이르는 비용을 치르고 해외에서 항공 정비를 받았다.
하지만 이제 한국항공서비스(KAEMS)를 통해 국내에서도 항공 정비를 받을 길이 열렸다.
한국항공서비스의 초대 사장으로 항공 정비사업을 국내에 정착해야 하는 조 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한국항공서비스는 22일 제주항공의 B737 항공기의 기체 중정비(C-check) 작업을 본격화하며 국내 항공 정비시장의 문을 열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항공서비스의 출범으로 2026년까지 1조7천억 원 규모의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하고 2만 개의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남 사천 등 지역사회도 한국항공서비스 출범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한국항공서비스는 21일 첫 민간 항공기 입고식에서 제주항공에 이어 이스타항공과 2번째 정비계약을 맺었지만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한국항공서비스는 7월 미국 연방항공청(FAA)의 항공기 수리사업장 인가를 취득해 국내를 넘어 중국과 일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세계 항공 정비시장은 민항기시장 확대에 따라 2015년 671억 달러에서 2025년 1005억 달러 규모로 연 평균 4.1%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그만큼 경쟁도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항공서비스가 사업 초기에는 정부와 업계의 지원으로 시장을 확대할 수 있겠지만 결국 세계시장에서 승부하기 위해서는 자체 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국항공서비스는 공기업은 아니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한국공항공사가 각각 지분 66.4%와 19.9%를 보유해 사실상 정부 지배 아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한국수출입은행, 한국공항공사는 정부가 대주주다.
조 사장이 한국항공서비스를 어떻게 이끄느냐는 앞으로 국내 항공 정비사업뿐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 생태계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5년 1월 항공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서는 국내에도 항공정비 전문업체가 필요하다고 보고 3년 반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8년 중순 한국항공서비스를 출범했다.
조 사장은 1961년 생으로 연세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공학대학원에서 기계공학으로 석사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 CEO다.
1986년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전신인 삼성항공산업(옛 삼성정밀공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30년 넘게 항공업계에서 일하다 2018년 5월 한국항공서비스 출범을 위한 ‘MRO법인설립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6월 발기인 총회에서 초대 사장에 선임됐다.
1999년 출범부터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일하며 생산센터장, 전략기획본부장, 관리본부장 등 회사의 핵심 부서를 두루 거쳐 항공산업 전반의 이해도가 높고 엔지니어 출신인 만큼 정비업의 근간인 기술과 현장 이해도도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 조연기 한국항공서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21일 경남 사천 본사에서 열린 민간 여객기 초도 정비물량 입고행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항공서비스> |
한국항공우주산업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아 항공정비를 신규 사업으로 발굴하고 2017년 말 한국항공우주산업이 정부 지원 항공 정비 사업자로 선정될 때까지 과정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협력체계를 강화하는 데도 적임자로 평가된다.
한국항공서비스는 민수와 군수를 아우르는 통합 항공 정비업체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군수 정비를 하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조 사장은 한국항공우주산업 본부장 출신일뿐더러
김조원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이사 사장과 신뢰관계를 구축해 놓고 있다.
김조원 사장은 2017년 10월 취임한 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혁신을 위해 경영 시스템 개선을 위한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경영혁신위원회를 출범했는데 조 사장은 당시 위원회 간사를 맡아 혁신작업을 도왔다.
2017년 12월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대대적 조직개편 때는 기획, 재경, 인사, 지원부서를 통합한 관리본부장을 맡아 중용됐다.
김조원 사장은 당시 조직개편에서 기존 임원 31명 가운데 12명을 내보내고 기존 11개 본부를 통합해 5개 본부로 줄였다.
조 사장은 21일 입고식에서 “해외 경쟁업체보다 늦게 시장에 진입하는 만큼 초기 시련도 예상되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품질과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기존의 정비 방식에서 혁신의 길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1월 중순 문을 연 한국항공서비스 홈페이지를 통해 2025년 기업공개(IPO), 2030년 연 매출 1조 원 달성을 통해 미래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