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대표이사에 오를 수도 있다.
22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는 곧 임시 이사회를 열고 3월에 열릴 정기 주주총회 날짜와 주총에 올릴 안건을 확정한다.
3월10일자로 사내이사 임기가 끝나는
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이원희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은 기정사실로 여겨진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0년 3월 현대차 사내이사에 오른 뒤 9년째 이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8년 말에 실시된 현대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자리를 지킨 이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도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주총의 관심사는 정 수석부회장이 주총 직후 열릴 임시이사회에서 대표이사에 오를지 여부다.
현대차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 등 모두 9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사내이사 가운데 정 수석부회장을 제외한
정몽구 회장과 이 사장, 하언태 부사장 등 3명이 공동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하지만 정 수석부회장은 이름만 사내이사일뿐 사실상 현대차 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과거만 해도 정 회장의 뒤에서 존재가 부각되지 않았지만 정 회장이 오랜 동안 경영일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보폭이 확대됐다.
현대차가 해외사업에서 고전하자 미국과 중국 등을 직접 찾아 돌파구를 모색한 것도 정 수석부회장이었으며 최근 현대차의 미래를 책임질 수소차 투자계획을 확정한 것도 그의 결단이었다.
이런 흐름으로 볼 때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회사를 대표하는 자리를 공식적으로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
2018년 9월 그룹 부회장단을 총괄하는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실질적으로 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한 상황에서 현대차 대표에 오른다면 ‘
정의선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천명하는 상징적 의미도 지니게 된다.
정 수석부회장의 대표이사 선임은 대내외적 경영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대차의 미래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의구심 섞인 시선을 해소하는 효과도 낳을 수 있다. 대표이사는 보통 사내이사보다 권한이 많지만 그만큼 책임져야 할 일도 많다.
정 수석부회장이 기아차에서 이미 보폭을 넓힌 점도 현대차 대표이사에 선임될 가능성을 높여준다.
기아차는 최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활동에 참여한 정 수석부회장을 사내이사로 변경해 선임하는 안건을 주총에 올리기로 확정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회사와 특수 관계인으로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만 회사에 상근하지 않는 이사를 말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기아차 대표이사를 맡다가 2009년 현대차 부회장으로 발령된 뒤부터는 기아차의 기타비상무이사로 활동했다. 10년 만에 사내이사를 다시 맡으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