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실추된 이미지의 반전을 노린다.
19일 경기도청에 따르면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와 SK하이닉스의 관계자 접촉을 추진하는 등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SK하이닉스와 면담, 미팅 등을 진행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나중에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가 마무리되면 브리핑을 통해 알릴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정부가 앞으로 10년 동안 120조 원을 투자해 SK하이닉스 등 대규모 반도체 생산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집적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1만 명 이상 고용과 수십조 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 등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재 경기도 이천시와 용인시, 충청북도 청주시, 충청남도 천안시, 경상북도 구미시 등 지방자치단체 5곳이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이 지사는 경기도가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 지사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는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정치논리가 아닌 경제논리로 결정돼야 한다”며 “기업이 가장 선호하는 곳, 제일 준비가 잘 돼 있는 곳, 조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한 곳에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가 경기도를 ‘제일 준비가 잘 돼 있다’고 주장하는 데는 근거가 있다.
경기도청에 따르면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등록된 반도체부문 중소기업 가운데 70%가량이 현재 경기도에 터를 잡고 있다.
반도체 관련 소재와 부품 생산라인, 유통망 등이 이미 경기도 지역에 알맞게 체계를 굳히고 있어 반도체 클러스터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시간과 예산 절감이 가능하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중소기업들이 경기도를 벗어나 공장이나 사무실을 새로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 선정에 고려해야 한다”며 “대기업만으로는 반도체 산업을 지탱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산업에 연구개발 종사자 등 고급 인력의 비중이 높은 것도 경기도에 유리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서울과 가까워 첨단산업 관련 인재를 끌어들이기 쉽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인적 자원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라며 “수도권의 인재들이 일반적으로 지방 근무를 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도가 다른 지역보다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데 우위에 있다”고 바라봤다.
이 지사는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행정능력을 증명해 정치적 입지를 회복할 필요성이 있다.
'혜경궁 김씨사건', '친형 강제입원'사건 등 여러 논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을 지내던 2012년 4∼8월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하도록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에게 강제 입원을 위한 문건 작성과 공문 기안 등 의무사항이 아닌 일을 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이 지사의 부인인 김혜경씨는 ‘혜경궁 김씨’로 알려진 트위터 계정을 통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리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