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신발 1호 기업이자 '르까프'로 유명한 화승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화승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회생절차를 법원에 냈는데 법원의 판단에 따라 매각이 추진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패션산업이 내수 부진 등으로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 회생법원이 화승의 회생절차를 놓고 기각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화승은 1월31일 서울 회생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서울 회생법원은 화승의 청산 가치와 계속기업 가치를 조사한 뒤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회생절차를 그렇지 않으면 청산절차를 진행한다.
화승은 국산 브랜드인 르까프와 해외 브랜드인 케이스위스, 머렐 등 3개 브랜드의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화승이 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앞서 매각작업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법원이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인수전 매각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전 매각은 법원에 회생계획서를 제출하기 전에 기업합병을 통해 새 인수자가 회생계획서를 내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 국내 패션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매각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 유력하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42조4003억 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2017년보다 0.2% 줄었다. 2017년에도 전년보다 1.6% 감소해 2년 연속 역성장세를 보인 것이다.
국내 패션 트렌드가 양극화된 점도 화승의 매각 전망을 흐리게 한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처분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의류 구매횟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높은 가치와 효용을 안겨주는 브랜드를 놓고 고객들의 충성도는 지속될 것”이라며 “의류 브랜드의 양극화는 앞으로도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저가형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를 인수할 후보자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국내 패션산업은 다른 산업보다 시장 진입이 비교적 자유로워 최근 해외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회사들이 한국 패션시장에 직접 진출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화승보다 먼저 기업 회생절차를 신청한 우진패션비즈와 프라브컴퍼니도 회생절차를 밟으면서 매각을 추진했지만 유찰됐다.
우진패션비즈는 국내 중소형 의류회사로 ‘오렌지팩토리’를 운영하고 있다. 프라브컴퍼니는 우진패션비즈의 관계회사다.
안진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해 매각을 추진했지만 올해 1월 본입찰에서 유찰돼 매각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우진패션비즈와 프라브컴퍼티의 회생절차도 폐지됐다.
당초 2018년 10월 열린 예비입찰에서는 복수의 전략적 투자자(SI)들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해 매각에 성공할 것으로 점쳐졌지만 결국 실패했다.
현재 우진패션비즈와 프라브컴퍼니는 회생절차를 재신청할지 여부를 놓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화승은 1953년에 세워진 국내 1호 신발기업인 동양고무산업이 모태로 1980년 화승으로 회사이름을 바뀌었다. 1986년 ‘르까프’라는 브랜드를 출시해 성장했고 외국 스포츠 브랜드 ‘케이스위스’, 아웃도어 브랜드 ‘머렐’ 등을 국내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전국에 르까프 매장 280곳, 케이스위스와 머렐 매장을 각각 160여 곳 운영하고 있는데 2016년 순손실 369억 원, 2017년 순손실 564억 원을 내는 등 경영난이 심화했다.
산업은행과 KTB사모펀드(PE)가 주도하는 사모투자합자회사가 화승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