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9-02-14 16:5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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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경기도 용인에 조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용인은 인력 확보와 수출여건에서 후보 지역들 가운데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지역 균형발전 기조를 지키려면 지방을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기업 등과 협의를 거쳐 3월 안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조성계획을 내놓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대구경북 시민 6천여 명이 1월30일 구미국가산업5단지에 모여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구미 유치를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구미시>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민간기업 등과 협의를 거쳐 3월 안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조성지가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정부와 민간기업이 2028년까지 120조 원을 투자해 반도체공장 4곳과 협력회사 50여 곳이 입주할 산업단지를 만드는 사업이다. SK하이닉스의 참여가 확실시된다.
정부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로 새로 생길 일자리 수를 1만여 명, 경제적 파급 효과는 수십조 원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용인과 이천,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충청북도 청주, 충청남도 천안, 경상북도 구미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유치할 의지를 공식적으로 나타냈다.
용인은 가장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정부가 SK하이닉스와 협의 아래 용인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두기로 결정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으나 산업통상자원부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입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정부의 이런 해명에도 반도체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용인이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의 후보지로 유력하다는 반도체업계의 관측도 만만찮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연구개발(R&D)과 실제 생산과정의 연관성이 높은 산업이라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며 “반도체 분야의 석박사급 인력 상당수가 서울에 모여 있는 점을 생각하면 수도권 입지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용인은 현재 거명되는 후보들 가운데 서울에서 가장 가깝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도 용인 기흥에서 운영되고 있다.
용인이 인천공항에서도 가장 가까운 지역인 점도 유리한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가 수출산업인 점을 고려하면 주요 물류경로인 인천공항으로 제품을 빠르게 옮기는 일도 중요하다.
소재, 장비, 부품 등 반도체 생산에 반드시 필요한 협력회사 대다수가 경기도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경기도는 국내 지역 가운데 가장 많은 반도체공장이 운영되고 있다.
정부가 용인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려면 수도권 공장총량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수도권의 공장 건축면적을 일정 총량 아래로 제한하는 제도다.
경기도는 2018년 7월 2020년까지 617만 제곱미터 규모의 산업단지 부지 물량을 배정받았지만 개발계획이 모두 확정됐다. 이 때문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유치하려면 수도권 공장총량제에 해당되지 않는 특별 물량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정부가 2006년 세워진 경기도 파주의 LG디스플레이 공장을 전례 삼아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정부는 LG디스플레이가 수도권에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수도권 공장총량제에 관련된 시행령을 한시적으로 개정했다.
다만 정부가 용인에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완화해 준다면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청주, 천안, 구미는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유치해야 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역 균형발전’을 들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기조이기도 하다.
이 지역들은 정부가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비수도권에 조성해 수도권보다 훨씬 침체돼 있는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구본영 천안시장이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에서 반드시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북도의회도 최근 채택한 결의안에서 “(정부가) 수도권 공장총량제를 완화해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를 수도권에 조성한다면 국정과제인 국토 균형발전을 포기하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