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현대건설에 따르면 남북경협지원단이 최근 출범해 북한과 미국의 정상회담과 이에 따른 대북 경제재재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 10여명 정도가 상근으로 남북경협지원단에서 일하고 있다”며 “현재 현대건설에는 과거 남북경협 경험이 있는 차장 부장급 인력이 70~80명 가량 있는데 남북 경협 진전 상황에 따라 인력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남북경협지원단 인력을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2018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에 훈풍이 불 때 대부분 남북 경협 태스크포스(TF) 등을 꾸리며 변화에 대비했는데 현대건설은 당시 흐름에 동참하지 않았다.
현대건설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등에 힘입어 남북 경협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만큼 2019년부터 사업 준비를 본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개최지로 베트남 하노이가 선택되면서 북한을 향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 완화 기대감을 어느 때보다 높이고 있다. 베트남은 과거 베트남 전쟁 이후 미국의 경제제재로 어려움을 겪다 1994년 미국이 경제제재를 풀면서 본격적으로 경제가 발전했다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정진행 부회장은 2018년 말 인사에서 현대자동차에서 현대건설로 옮긴 뒤 ‘건설명가 재건’을 목표로 내걸었다.
정 부회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건설명가의 재건’을 목표로 내걸며 “현대건설의 강한 프라이드와 불굴의 개척정신으로 과거의 명성과 시장 1위를 되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는데 2019년 남북 경협이 본격화하면 그 목표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현대아산과 함께 수혜를 입을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현대건설은 과거 북한 경수로 사업을 진행하는 등 현대아산을 제외하고 국내 기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남북경협 경험을 지니고 있다. 2001년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사실상 하나의 현대그룹 안에서 현대아산과 함께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등 대북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남북경협에 따라 개성공단 추가 개발, 북한 고속철도사업 등에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남북경협의 핵심은 처음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개성공단이 될 것”이라며 “개성공단 추가 확장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권한을 보유한 현대아산은 물론 현대건설도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개성공단은 애초 공장부지 800만 평과 개성시가지 1200만 평 등 모두 2천만 평 규모로 개발계획이 세워졌으나 현재 공장부지 100만 평만 개발돼 있다. 남북경협이 본격화하면 재가동 이후 추가 개발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현대건설은 고속철도 차체를 제작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로템과 함께 북한 고속철도사업에 뛰어들어 수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정확한 사업계획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 개성공단 추가 개발과 북한 고속철도 사업 등에는 적어도 조 단위의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주택공사는 2000년대 초반 개성공단 100만 평의 공장부지를 조성하는 데 평당 70만 원씩 모두 7천억 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건설이 남북 경협에서 성과를 낸다면 수주 확대 등 실적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대중들에게 다시 한번 과거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불굴의 개척정신’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며 건설업계의 맏형 격으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셈이다.
현대건설은 2019년 수주목표로 2018년 실적보다 27% 늘어난 24조1천억 원을 잡았다. 5대 건설사 가운데 절대적 규모와 증가폭 모두 가장 크다.
정 부회장은 현재 별도의 직책 없이 현대건설 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데 3월 열릴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에 오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